고은경 기자

등록 : 2018.02.04 14:00
수정 : 2018.02.05 10:56

“체고 40㎝ 반려견 입마개ㆍ개파라치… 국민 갈등만 부추길 것”


등록 : 2018.02.04 14:00
수정 : 2018.02.05 10:56

‘반려견 안전관리대책, 올바른 방향’ 토론회

정부, 동물단체, 시민 100여명 참석 활발한 논의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입마개는 동물학대" "목줄하면 충분해요"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케어 제공

“아파트에 3월부터 체고 40㎝이상 개에게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는 공고문이 붙어있어 벌써부터 이웃간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올바른 방향’ 토론회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이 정부의 대책이 이웃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대책 철회를 요구했다.

100여명 이상이 모인 꽉 차 토론장에서 동물보호단체와 서울ㆍ경기수의사회, 반려동물 카페를 대표해 나온 운영자들은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이웃들 가운데 입마개와 개파라치 대책을 명분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등 과도하게 간섭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이웃간 분쟁이 유발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토론회는 내사랑리트리버ㆍ다음강사모ㆍ케어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일보ㆍ국회의원 김한정 의원실ㆍ서울시 수의사회가 후원했다.

모든 개 입마개 착용 아냐 vs 평가 기준부터 제대로

정부 측 대책 설명에 나선 최정미 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팀장은 “반려견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체고 40㎝이상 개에 대해서는 기초 평가를 하되 상해ㆍ사망사고를 일으킨 반려견에 대해서는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개들의 공격성이든 사회성이든 이를 평가할 전문기관이 많지 않다”며 “설사 전문기간이 많다고 해도 1회에 그치는 간단한 평가제도는 개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역부족이며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으로 나선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 회장도 “반려견을 평가하려면 응용동물행동학자나 동물행동학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이를 전공한 수의사가 없다”며 “여기에 현장경험까지 더해진 전문가가 필요한데 제대로 평가기준이 마련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케어 제공

개파라치로 위반 강화 vs 사생활 침해ㆍ이웃 분쟁

목줄이나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개파라치’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레트리버 종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인 ‘내사랑 리트리버’에서 활동하는 손수민 씨는 “펫파라치가 무슨 수로 고발을 하겠냐”며 “공원, 산책로에서 싸움만 일어날 것이며, 평소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과의 분쟁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모든 규정을 잘 지켜도 대형견을 키운다는 이유로 이웃들의 눈총을 받고 심지어 지팡이로까지 맞기도 했다”며 “여성들의 경우 고발을 빌미로 사진촬영 등을 당하면 사생활이 침해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안전관리 의무를 잘 지켰는데도 쫓아오거나 폭언을 하는 것은 오히려 그 사람을 신고해야 한다”며 “포상금 제도는 위반에 대해 신고하면 위반한 자가 지불하는 과태료의 일부를 주는 방식”이라고 답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는 오는 3월부터 체고 40㎝ 반려견에게 엘리베이터 등에서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공고문이 붙어있다(왼쪽).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오는 2021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평가를 통해 안전하다고 증명되는 경우에는 제외된다고 밝혔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선 체고 40㎝ 반려견 입마개 착용 의무화 대책을 놓고 토론이 이어졌다. 내사랑리트리버 제공, 고은경기자

독일ㆍ스페인에는 체고 40㎝ 입마개 규정 없다?

박소연 케어 대표와 손수민 씨는 정부가 사례로 제시한 독일과 스페인에는 체고 40㎝ 이상 반려견에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독일의 경우 체고 40㎝ 또는 체중 20㎏의 큰 개는 소유자 평가 후 사육하도록 되어 있고, 스페인의 경우는 체고 50㎝이상, 체중 20㎏ 이상 개 중 공격적 성향의 특징을 가진 개에게 입마개를 착용하도록 되어 있다”며 “독일에서 입마개는 맹견과 위험하다고 분류된 개들에 대해 적용하고 스페인에서 규정한 특징을 보면 결국 핏불테리어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손수민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일 시민이 독일 공무원에게 확인한 내용이라며 “입마개는 아메리칸불도그, 로트와일러, 도사견 등 특정 견종과 위험한 개에 해당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그대로 들여온 게 아니라 중대형견 기준을 알아보기 위해 독일 팔렌 주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주의 사례를 참고했다”며 “무는 사고가 나는 진돗개 등도 체고 40㎝에 해당되는 등 국내의 현실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개 종류 평가 보단 반려인 교육 강화해야

반려견 모임인 다음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의 최경선 대표는 회원 512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반려견대책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 “40㎝ 이상 입마개 기준에 대해 95%가, 개파라치에 대해선 86%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며 “전문가를 누가 산정하는 지 판단 기관이나 사람에 대한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학대를 막는 게 개에게 물리는 사고를 예방하는 근본 대책”이라며 “소유자의 안전 의식과 책임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개에게 물리는 사고는 산책 도중이 아니라 대부분 실내에서 발생하고 있고, 목줄에 묶여 있는 등 사회화 되지 않은 개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며 “미국, 독일 등 사례에 비춰봐도 안전관리를 위해선 개의 종류가 아니라 개의 사회화와 반려인의 주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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