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준 기자

등록 : 2017.04.15 04:40
수정 : 2017.04.15 04:40

한국이라 더 각별한 콜드플레이 노래들


[리스트업]

등록 : 2017.04.15 04:40
수정 : 2017.04.15 04:40

밴드 콜드플레이 보컬인 크리스 마틴은 무대 위에서 역동적이기로 유명하다. 그의 모습을 15일과 16일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콜드플레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드디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 공연이다. 15~16일 이틀 동안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다.

콜드플레이는 아일랜드의 록밴드 U2와 함께 국내 음악 팬들이 내한 공연을 가장 기다려왔던 그룹 중 하나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보컬을 맡은 크리스 마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그만큼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15일 공연 티켓 예매는 단 1분 만에 끝났다.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주최사인 현대카드에 따르면 순간 동시 접속자 수가 무려 55만명에 달해 티켓 예매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그룹의 티켓 예매에서나 볼 수 있는, 해외 가수 내한 공연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예매 전쟁’이었다. 이로 인해 당초 1회로 기획됐던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은 1회가 추가돼 이틀에 걸쳐 열리게 됐고, 추가 공연 티켓도 순식간에 동이 났다. 4만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에서 이틀 동안 공연이 열리고, 티켓까지 모두 팔린 사례는 해외 가수 내한 공연 역사상 콜드플레이가 처음이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혼란스러운 국내 시국과 맞물려 음악 팬들에 더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촛불집회가 열린 광장에서는 한국 땅을 한 번도 밟지 않은 영국 밴드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한국 시민들의 삶과 누구보다 가까이 한 음악이 바로 그들의 노래였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이라서 더 각별한 콜드플레이의 노래들.

콜드플레이 4집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스 프렌즈’ 재킷 사진.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인근. “군중의 노래를 들어봐. 이제 옛 왕은 죽었어!” (Listen as the crowd would sing. Now the old king is dead!) 제20차 촛불집회 거리 행진 도중 콜드플레이의 히트곡 ‘비바 라 비다’가 울려 퍼졌다. 촛불을 들고 거리를 걷던 일부 시민 사이 함성이 터져 나왔다.

‘비바 라 비다’는 권력에서 밀려난 왕의 비참한 최후를 담은 노래다. 앞서 하루 전인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뒤 ‘탄핵 찬가’로 광장에서 사용된 것이다. ‘비바 라 비다’는 박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직후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왔다. 이로 인해 온라인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 10위에 곡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손석희 JTBC 사장은 탄핵 인용 문제로 시끄러웠던 지난 1월 ‘비바 라 비다’를 ‘뉴스룸’의 끝 곡으로 선곡하기도 했다. ‘비바 라 비다’는 촛불집회의 ‘단골손님’ 이기도 했다.

곡은 ‘난 한때 세상을 지배했었지’(I used to rule the world)란 쫓겨난 왕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노래가 실린 4집 ‘비바 라 비다 오어 데스 앤드 올 히스 프렌즈’(2008) 재킷 사진은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한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쓰였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곡은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 처형을 앞둔 루이 16세의 입장에서 내뱉는 독백처럼 들린다.

눈 여겨 봐야 할 곳은 또 있다. 앨범 재킷 사진에는 들라크루아의 그림 한 가운데 ‘비바 라 비다’란 문구가 굵직하고 힘 차게 써 있다. 멕시코 화가인 프리다 칼로가 죽기 직전에 남긴 작품의 이름이다. 크리스 마틴은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썼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해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 남다른 영향을 받은 듯하다. ‘비바 라 다’는 스페인어로 ‘인생 만세’란 뜻이다. 적폐청산이라도 한 듯 시체를 밟고 혁명의 깃발을 들고 있는 그림 위로 ‘인생 만세’란 문구가 적혀 묘한 전율(?)을 준다.

한국 첫 내한공연을 앞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콜드플레이 SNS

‘옐로’(Yellow)

미국 영화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에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영화 ‘보이후드’(2014)의 포스터는 극 중 주인공인 소년 메이슨이 푸른 잔디밭에 누워 있는 사진이다. 영화에서도 이 모습이 등장하는 데, 이 때 흐르는 음악이 바로 콜드플레이 1집 ‘패러수트’(2000) 수록곡 ‘옐로’다. 6세 소년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별을 봐’(Look at the stars)라고 시작하는 곡이 흘러 몰입을 돕는다. ‘보이후드’는 소년의 성장기를 12년 동안 관찰해 만든 성장 영화다. 음악 잘 쓰기로 유명한 링클레이터 감독은 ‘보이후드’에서 ‘옐로’로 추억을 되새긴다.

영화에서 ‘옐로’가 추억의 매개가 됐다면,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에서 ‘옐로’는 추모의 노래가 될 듯 싶다. 콜드플레이가 내한 공연을 여는 16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다. 세월호 추모의 상징인 노란 리본의 상징색인 노란색과 같은 곡명이라, 공연에서 추모의 곡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카드는 콜드플레이에 4월16일이 한국에서 어떤 슬픔을 지닌 날인지를 알린다고 한다. 이 소식을 직접 전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옐로’라는 곡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는 글을 남겨 콜드플레이의 세월호 참사 위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콜드플레이는 평소 난민 구호 등 인권 및 사회 현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크리스 마틴은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음악 시싱식 ‘브릿 어워즈’에서 “우연히 태어난 장소 때문에 그들은 우리가 될 수도 있었고, 우리는 그들이 될 수도 있었다”는 말을 해 유럽의 현안 중 하나인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13일 입국한 콜드플레이는 한국 공연 직전 대만 무대에서 ‘옐로’를 불렀다. 그룹의 히트곡이라

이변이 없는 한 ‘옐로’는 잠실벌에도 울려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다 노란색이었어.”(and it was called yellow) 콜드플레이와 한국 관객들이 세월호 3주기에 부를 ‘노란 함성’을 기다리며.

‘픽스 유’(Fix You)

콜드플레이는 2000년 데뷔해 50대 이상 음악팬 들에 낯설 수도 있지만, 청춘 혹은 사춘기 시절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자란 10~40대에겐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해외 밴드다. 감미로운 발라드 히트 곡이 많아 폭 넓은 팬 층을 확보하는 데 주요했다. 특히 인기가 많은 곡이 3집 ‘엑스 앤드 와이’에 실린 ‘픽스 유’(2005)다.

이 곡은 2000년대를 대표하는 치유의 노래로 불리기도 한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큰 슬픔에 빠진 이를 위로하는 노랫말이 눈물을 흘리는 이에게 어깨 한 쪽을 내주듯 사려 깊다. 고용 불안 등 사회구조적인 ‘절벽’의 낭떠러지에 매달려 ‘이번 생은 망했어’라고 읊조리는 이들이 ‘픽스 유’를 즐겨 듣는 이유다.

이 곡은 크리스 마틴이 전 부인인 배우 기네스 펠트로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아내를 위로해 주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비바 라 비다’와 함께 관객들이 가장 많이 따라 부르는 곡이기도 하다. 내한 공연에 갈 관객이라면, 가사를 외워보는 건 어떨까.

‘최선을 다했는데 이루지 못했을 때, 눈물이 당신의 뺨에 흐를 때,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빛이 당신을 집으로 이끌어줄 거야. 그리고 네 영혼을 밝혀줄 거야. 그리고 내가 널 고쳐줄게.’ (When you try your best but you don’t succeed, and the tears come streaming down your face, When you lose something you can’t replace, Could it be worse?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 your bones. And I will try to fix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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