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7 07:00

제주 밤바다에 생명의 불빛…도대불을 아시나요?


[강정효의 이미지 제주(48)]더 사라지기 전에 보존대책 세워야

등록 : 2017.12.07 07:00

제주 조천읍 북촌리 도대불.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도대불이다.

제주에 근대식 등대가 세워진 것은 1906년이다. 제주의 동쪽 끝에 위치한 우도등대가 1906년 3월 처음으로 세워졌고, 이어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부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에게 배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마라도등대가 1915년 3월, 제주항 및 부근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한 산지등대가 1915년 10월 각각 건립됐다.

이 중 마라도등대는 일본군이 군사 목적으로 건립했다. 실제로 일본군이 상주해 등대를 운영하며 군사통신기지로 사용했다고 한다.

등대가 없던 시절 제주의 뱃사람들은 어떻게 포구를 찾았을까. 과거 조선시대에 등대 역할을 했던 유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간혹 오름 위의 봉수대, 바닷가 주변의 연대(煙臺)가 등대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주장하지만 추정일 따름이다. 혹자는 제주시 산지포의 경우 인근 동산에 세워진 동자복 미륵불 석상이 등대 기능까지 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또한 가설일 뿐이다.

한경면 고산리 도대불

한림읍 귀덕리 도대불

제주에서 등대의 기원은 ‘도대불’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도댓불’ 또는 ‘등명대(燈明臺)’라고도 불리는 도대불은 조업 중인 어선들이 밤에 그 불빛을 보고 포구를 찾아올 수 있게 위치를 알리는 시설이다. 도대불의 어원과 관련해서는 돛대처럼 높이 켠 불, 또는 길을 밝히는(道臺) 불, 등대(燈臺)의 일본어 발음인 '도두다이'에서 유래하였다는 설 등으로 분분하다.

도대불은 포구의 방파제 끝이나 주변 지형이 높은 곳에 원추형 또는 사다리꼴로 돌을 쌓아 올리고,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겉에 시멘트를 바른 모습이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불을 밝히는 구조인데, 송진이 많이 포함된 소나무 옹이 또는 생선기름 등을 이용해 불이 꺼지지 않도록 했다. 관리는 마을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따로 담당자를 두지 않을 경우 해질 무렵에 뱃일 나가는 어부가 불을 밝히고 마지막에 입항한 어부가 껐다고 한다.

구좌읍 김녕리 도대불

서귀포시 보목동 도대불

암반이나 암초가 많은 제주도의 해안 특성을 감안할 때 야간 조업 선박에게 도대불 불빛은 생명의 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해보면 도대불이 세워진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15년 12월에 세워진 조천읍 북촌리의 등명대를 시작으로 도내 곳곳에 세워지는데, 1969년 7월 완공된 구좌읍 하도리의 도대불이 가장 뒤늦게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전기가 보급되면서 도대불은 가로등에 그 기능을 넘겨준다.

존재 가치를 잃은 도대불은 급속하게 원형이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되는데, 주로 방파제 확장 또는 진입도로 개설 과정에서 파괴되고 만다. 현재는 상당수가 사라져 남아있는 도대불이 많지 않다. 문화자원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필요성이 사라진 도대불을 애물단지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에 개발 바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애월포구 도대불의 과거(왼쪽) 모습과 해체 후 복원 모습. 원형을 많이 잃었다.

한경면 두모리 도대불은 원래(위) 위치와 다른 곳에 복원했다.

제주 용담동 다끄네포구 도대불의 본래 모습(왼쪽)과 복원한 모습. 복원했다고 하기엔 원형과 너무 다르다.

2004년 방파제 확장 공사 과정에서 사라진 제주시 용담동 다끄네포구 도대불의 사례를 보면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행정당국의 인식을 알 수 있다. 공사 차량이 드나들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1957년 세워진 도대불을 훼손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에 원형과는 사뭇 다른 엉뚱한 조형물이 세우고 도대불이라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월읍 애월포구 도대불도 도로공사 과정에서 해체 후 원형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재현했고, 한림읍 귀덕리 역시 해체 후 복원이라는 악순환을 거쳤다. 한경면 두모리의 경우는 그 기능이 사라진 연대 위에 도대불이 세워져 있었으나 훗날 연대를 복원한다며 장소를 옮겨 새롭게 만들었다. 시대의 변화상을 고려하지 않은 문화재 복원의 한 단면이다.

이밖에 조천읍 신촌리는 방파제를 잇는 다리공사 과정에서, 하도리는 별방진성 복원 과정에서 사라졌고, 애월읍 하귀리와 외도동 연대마을의 경우는 도대불을 해체하고 그 위에 정자를 만들어버렸다. 이밖에 안덕면 대평리와 강정마을 도대불도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게 됐다.

아직 원형을 간직한 도대불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애월읍 구엄리와 한경면 고산리, 조천읍 북촌리, 구좌읍 김녕리, 우도면 조일리, 서귀포시 보목동과 대포동 도대불이 대표적이다. 특히 가장 오래된 북촌리 도대불은 4ㆍ3 당시 군경이 쏜 총탄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음에도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어 역사 교훈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제주 뱃사람들에게 구원의 불빛을 밝혔던 도대불에도 4.3의 아픔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늦기 전에 남아있는 도대불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대책을 기대해 본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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