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8.01 14:50
수정 : 2017.08.01 14:50

[고은경의 반려배려] 제주 강아지 ‘바다’에게 이름표를


등록 : 2017.08.01 14:50
수정 : 2017.08.01 14:50

제주도의 한 음식점에 사는 강아지 '바다'가 꼬리를 흔들며 사람을 반기고 있다.

얼마 전 출장 겸 휴가로 제주도를 찾았다. 예전보다 시내에 동물병원이나 동물용품점들이 많이 늘어난 게 눈에 띄었다.

해안 산책로에 가니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제주도 유기동물보호센터 수의사에게 들으니 이전보다 실내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늘었고, 외지에서 와서 제주도에 정착한 이들이 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반려동물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산책로 음식점을 지나는데 아직 어려 보이는 백구가 보였다. 지나가는 개들마다 인사를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왔다 갔다 했다. 목줄도 없고, 말로만 듣던 풀어 키우는 개인가, 유기견인가 싶었는데 근처 식당 옆 ‘개조심’ 표시가 붙은 개 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 백구는 길에서 발견한 뭔가를 물고 식당 마당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저녁시간이 되어 식당에 들어가 개에 대해 물었다. 이름은 바다였고, 이곳에서 키우는 강아지였다.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는 여전히 산책을 나온 다른 개들과 놀고 싶어 안달이었다. 밥을 먹고 나오는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고 개조심이라는 문구에 사나울까 걱정했지만 쓰다듬어 주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손길을 즐기는 듯했다.

제주도에는 아직 과수원 등을 지키게 하거나 아니면 풀어 놓고 키우는 개들이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관광객들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구조 신고를 하는 게 크게 달라진 점이다. 구조팀은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하러 나가지 않을 수 없고 개들은 결국 보호센터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런 경우 동물등록칩이나 이름표가 없어서 주인을 찾아주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종견, 중대형견들이 많아 입양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보호센터에 들어오는 유기동물은 크게 늘어 올 6월 기준 2,536 마리로 지난해의 총 3,027마리에 이미 육박했다.

문제는 견주들이 개들을 예뻐하긴 하지만 동물등록칩이나 인식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집을 나가게 되면 “개장수가 잡아갔나 보다”라고 여겨서 찾는 걸 쉽게 포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오일장에서 새끼 강아지들을 얼마 되지 않는 가격에 팔고 있기 때문에 잃어버려도 굳이 찾지 않고 장이 설 때 다시 사다 키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관광객들이 신고를 많이 하고 있으니, 동물등록이라도 되어 있으면 주인을 쉽게 찾아줄 텐데… 그렇게 주인이나 새 가족을 찾지 못하는 개들은 결국 안락사를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 보호센터 내 안락사와 자연사 비율이 각각 30%로 보호센터에 온 10마리 중 6마리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바다’ 생각이 났다. 혹시 관광객들이 바다를 발견하고 시에 신고를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온라인 몰에서 이름표를 주문하고, 연락처에는 식당 전화번호를 적었다. 웬 오지랖이 이렇게 넓을까 싶지만 적어도 목걸이라도 있으면 주인이 있는 개라는 게 명확하게 보일 것 같아서였다. 혹시 돌려보낼까, 괜한 참견이라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며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바다를 키우는 주인은 “신경 써줘서 고맙다”며 따뜻하게 받아주었고 오히려 이름표를 착용한 바다의 사진도 보내주겠다는 연락까지 해주었다.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시골에는 여전히 밖에 묶어 놓거나 풀어 키우는 개들이 많다. 늘어나는 유기견과 이유 없이 안락사 되는 생명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제주 강아지들이 이름표를 달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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