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

정유경 인턴

등록 : 2017.01.20 16:10
수정 : 2017.01.20 16:43

“청소년 요구 ‘읽씹’하는 정치인들, 긴장하세요” (영상)


'18세 투표권' 주장하는 청소년단체 '틴즈디모'

등록 : 2017.01.20 16:10
수정 : 2017.01.20 16:43

18세 투표권을 주장하는 틴즈디모 회원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 한 무리의 앳된 청소년들이 굳은 얼굴로 ‘우리도 선택할 권리를’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18세 투표권’을 주장하는 청소년단체 ‘틴즈디모’ 회원들이었다.

틴즈디모는 청소년 투표권, 여성인권, 성 소수자, 청소년 혐오 등 넓은 분야에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는 단체로 약 50명이 활동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구성원들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틴즈디모’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들은 현재 현행 만 19세 이상부터 가능한 투표권을 18세로 낮추는 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틴즈디모는 “청소년은 선동에 휩쓸리기 쉽다”는 투표가능 연령 하향 반대논리에 대해 “정치적 성숙도는 나이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혜연(18)씨는 “그런 논리라면 나이든 기성 세대도 선동에 휩쓸려서 특정 정당만 찍는 것이 아니냐”며 “우리는 특히 최근 많은 사건을 겪으며 어린 연령층도 충분히 정치 성숙도가 올라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기(17)씨는 “18세 투표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18세와 19세 사이에 마치 ‘디지몬’ 진화를 하듯 갑자기 주체성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투표권은 완벽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으로, 시민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틴즈디모 회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만18세 선거권 인하에 찬성하는 의견서와 함께 청소년들의 부가적인 요구를 정계에 전달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틴즈디모는 모든 구성원이 20세 이하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학생이 무슨 정치냐’고 혀를 차는 기성세대들의 시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모아 “정치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정치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도 각양각색이었다.

이씨는 “고등학교 1학년 ‘법과 정치’수업의 수행평가가 ‘1인 시위하기’였는데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18세 투표권’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이 내용을 수업시간에 발표하자 큰 반응과 피드백을 얻었다. 그는 이후 “대한민국 학생들이 자신의 정치적 주권을 실현하는데 많이 소극적인 환경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여러 단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현기(15)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에 참여했다. 김씨는 “원래 집에서도 가족과 식사하며 뉴스를 보고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세월호 참사 때 너무 큰 충격을 받고 광화문 광장으로 가서 실종자 가족들의 단식 투쟁에 함께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결성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친 ‘청소년 만민 공동회’를 개최하며 또래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앞으로 정치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반영할 수 있는 안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다. 김씨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읽씹’(읽고 답하지 않는다는 뜻의 신조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를 방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존 정당에 대해 청년 후보를 비례로 넣으라고 압박하는 대신 청년들이 자유롭게 정당을 만들고 청소년들도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고 있다”고 한다.

구성원이 거의 학생이므로 활동에 제약이 많다. 대부분 회의는 메신저를 통해 저녁이나 밤에 한다. 공동회를 위한 장소를 빌릴 때도 대관료 마련에 애를 먹는다.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3차 공동회는 대관료 1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취소됐다.

함은세(14)씨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청소년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정유경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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