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선 PD

현유리 인턴PD

등록 : 2018.04.21 11:00
수정 : 2018.04.23 09:36

아직도 남성 과학자만? 한국서 ‘여성과학자’로 산다는 것


등록 : 2018.04.21 11:00
수정 : 2018.04.23 09:36

“여전히 공학계열의 여학생 비율이 20%가 안되고, 교수들도 적어서 당연히 과학기술계는 남성의 분야라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임혜숙 교수)

“(남성과) 똑 같은 레벨의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 확실히 주저함이 있다” (박은정 교수) 과학기술계의 19.3% (통계: 한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 2016) 에 불과한 여성 과학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늘(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과학자인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박은정 교수,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임혜숙 교수, 극지연구소 이홍금 책임연구원(전 연구소장)을 만났다. 세 사람 다 “성공한 여성 공학인의 모델이 많아지고 영향력이 생기면 변화는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박은정 교수. 김창선 PD 현유리 인턴PD

Q. 왜 사람들은 ‘남자 과학자’만 떠올릴까요?

이홍금 책임연구원 : 이곳 극지연구소에는 여성 연구원 비율이 20%정도 돼요.

임혜숙 교수 : 대학에서도 역시 공학계열 여학생들의 비율은 20% 내외이고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죠. 심지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런 대학의 전자공학과에는 여성 교수가 한 분도 없습니다. 이렇듯 불균형한 과학계 남녀 성비 때문에 ’과학 기술계는 남성의 영역이다' 라는 편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과 임혜숙 교수. 김창선 PD 현유리 인턴PD

박은정 교수 : 그런 차이 속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생기는 거죠. 앞으로 성공한 여성 공학인의 모델들이 좀 더 발굴되고 영향력도 생긴다면 이런 경험을 통해 지금의 인식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과학자가 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임혜숙 교수 : 학생 때 공대를 선택했을 때 일단 사람들의 반응은 다 굉장히 의아해 했죠.

박은정 교수 : “여자들은 그냥 시집가서 살림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특히 대학원 간다고 할 때 반대했던 분이 아버지였어요.

이홍금 책임연구원 : 처음엔 “고생해서 어쩌냐”는 얘기도 들었고, 경력이 쌓이고 나서도 극지 연구 떠날 때 “쉰 살에 그 위험한 곳에 왜 가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사실 그냥 해보고 싶었던 거예요.

박은정 교수 : 연구하는 생활이 진짜 마약 같다고나 할까요? 정말 호기심이었어요.

임혜숙 교수 : 어떤 연구 논문을 보거나 완성된 프로그램을 대할 때 느낌이 마치 무슨 미술작품을 대하듯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연구 성과를 보면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고요. 그저 연구하는 일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박은정 교수. 김창선 PD 현유리 인턴PD

Q. 과학계에 성차별이 존재하나요?

박은정 교수 : 남자 연구원과 똑같은 등급의 연구를 맡기는 것. 그것에 대해 확실히 주저함이 있죠.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여성 연구자는 책임자 급으로 안 놓고 일단은 그 아래 직책으로 놓는 일도 있고요. 버텨내고 인정 받고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들이 남성 연구원에 비해 시간적으로 더 많이 소요되죠.

임혜숙 교수 : 공대 졸업생들 중에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하고 승진이나 그런 것에 있어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박은정 교수 : 경력 단절 됐다가 돌아왔을 때 지원할 수 있는 과제가 없어요. 그런 과제를 딸 수 있는 기회조차 상실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 여성 연구원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준비가 행정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게 제 작은 바람이죠.

Q. 후배 여성과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홍금 책임연구원 : 아시아 최초로 여성 월동 대장도 배출한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아라온호 타고 한 달씩 두 달씩 출장 가고 극지 연구소에서 2, 3달씩 일하는 여성 연구원들도 많아요. 무한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내가 하기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 ‘JUST DO IT’이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극지연구소 이홍금 책임연구원. 김창선 PD 현유리 인턴PD

임혜숙 교수 : 사실 직장을 계속 다녀야만 할 이유보다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수많은 이유들에 직면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그럴 때라도 그 어느 것도 포기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박은정 교수 : 단점보다는 장점, 내가 못 하는 것 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할 수 있다는 희망 놓지 않길 바랍니다.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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