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표향 기자

강은영 기자

양승준 기자

이소라 기자

등록 : 2017.04.11 04:40

아직은 '오자'에 불협화음... ‘시카고 타자기’


[까칠한 talk]

등록 : 2017.04.11 04:40

‘시카고 타자기’는 1930년대 경성과 2017년 서울을 교차시키며 낡은 타자기에 얽인 세 인물의 미스터리한 사연을 풀어낸다. tvN 제공

‘제2의 도깨비’가 될 줄 알았다. 배우 유아인과 임수정은 tvN 드라마 ‘도깨비’ 출연 이전의 배우 공유와 김고은에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

어쩌면 유아인의 군입대 이전 마지막 작품일지 모른다는 기대 심리도 흥행엔 플러스 요인이었다. 진수완 작가의 필력은, 최고시청률 42.2%를 기록한 MBC ‘해를 품은 달’(2012)과 배우 지성에게 연기대상을 안긴 MBC ‘킬미 힐미’(2015)로 이미 검증을 마쳤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tvN ‘시카고 타자기’는 7일 1회 시청률 2.6%, 8일 2회 시청률 2.8%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6.3%로 시작해 2회 7.9%로 껑충 뛴 ‘도깨비’와 비교하기도 멋쩍다.

주인공은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 한세주의 열혈 팬 전설(임수정)이다. 세 사람의 운명은 의문의 타자기와 얽혀 있다. 드라마는 1930년대 경성과 2017년 현재를 오가며 미스터리를 펼쳐낸다. 그런데 시작부터 타자기 소리가 삐걱거린다. 오타도 낸다. ‘시카고 타자기’는 재미있는 드라마 한 편을 써낼 수 있을까.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 기자들이 꼼꼼히 짚어봤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한세주는 저작권 재벌, 문단 아이돌이라 불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tvN 제공

양승준 기자(양)=“1, 2회 방송을 보고 약간 당혹스러웠다. 이 드라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미스터리를 품고 있다지만 이야기의 방향성이 모호하고 뭔가 뜬구름 잡는다는 인상만 남았다.”

강은영 기자(강)=“주인공들이 1930년대의 환영을 보는데 그게 전생인지 환각인지 타임슬립인지 그도 아니면 영혼에 홀린 건지 분명하지가 않다. 그래서 이야기가 모호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판타지가 직관적으로 다가와야 이야기가 선명해지는데 그 지점이 아쉽다. 심지어 한세주와 전설을 이어준 강아지에게서 영혼 같은 것이 빠져 나왔고 전설의 친구엄마는 무속인이라 예언하듯 툭툭 한 마디씩 던진다. 온갖 판타지 소재는 다 버무려 놨다. 의도된 장치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다지 효과적이라 느껴지진 않는다.”

양=“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가 납득되려면 매개체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MBC ‘더블유’는 웹툰이었고 tvN ‘시그널’은 무전기였다. 이 드라마에선 타자기다. 그런데 시카고 카페에 있던 타자기가 귀신에 홀린 듯 ‘한세주 작가에게 보내달라’고 스스로 글을 쓴다. 한세주의 상상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억지스러웠다. 더구나 그 타자기로 글을 쓰고 있던 것도 아닌데 한세주와 전설이 환영을 경험한다. 그냥 서재에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초월적 힘을 발휘한다니 부자연스럽다.”

시카고에서 날아온 이 타자기는 스스로 글을 쓸 뿐 아니라 초현실적인 힘으로 주인공들을 환영에 시달리게 한다. tvN 제공

이소라 기자(이)=“우연의 남발도 심하다. 심부름센터 일을 하는 전설이 타자기 배달을 갔다가 한세주를 만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한때 수의사였고 사격 유망주였던 전설의 과거를 드러내는 방식이 너무 우연에 기댄다. 강아지가 삼킨 한세주의 USB를 되찾기 위해 수의사여야 하고, 총기로 한세주를 위협하는 스토커를 제압하기 위해 사격선수 출신이었어야 했던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후 미스터리에 발판이 되는 설정이라지만 세 가지 직업 사이에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어 다소 작위적이라 느껴졌다.”

김표향 기자(김)=“교통사고를 당한 한세주 앞에 전설이 나타나는 2회 엔딩도 뜬금없었다. 주인공들의 만남과 잦은 부딪힘이 기승전결이 있는 에피소드로 그려지지 않고 무작정 운명적인 것으로만 몰아가니 이야기가 빈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미스터리일수록 개연성이 치밀해야 한다.”

양=“주제의식이 분명하지 않아서 응집력이 더 떨어지는 거라 본다. 시카고 타자기는 발포 소리가 타자기와 비슷한 톰슨 기관총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 중의적 설정에서 주제의식을 추출해낼 듯한데 추리를 위한 단서들이 충실히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 작가의 전작 ‘킬미 힐미’만 해도 다중인격 캐릭터를 통해 어린 시절 학대 당한 경험이 인격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지 않았나.”

‘한세주 덕후’를 자처하는 전설은 학창시절 올림픽 유망주라 불린 사격 선수였고 1930년대 배경에서도 전설의 총잡이로 묘사된다. tvN 제공

강=“‘킬미 힐미’의 다중인격 캐릭터는 매력적이었고 정말 참신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의 캐릭터가 더 아쉽게 느껴졌다. 신경질적이고 괴팍한 작가와 대책 없이 명랑한 캔디형 여주인공은 너무 전형적이다.”

양=“환영 속 과거 캐릭터와 현재 캐릭터가 차별화돼야 캐릭터의 입체감이 살아날 텐데 마치 데칼코마니 같더라. 출판사 사장이나 레스토랑 셰프 등 주변인물들은 과잉돼 있어 극의 흐름을 깨뜨렸다.”

이=“전설은 자신이 스토커가 아니라 덕후라고 주장하지만 물건 배달을 핑계로 한세주의 집에 들어가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급기야 생떼를 부린다. 무례한 행동이다. 호감도만 낮출 뿐이다. 덕후가 된 계기를 탄탄하게 제시하지 않은 채 열성 팬에 대한 선입견만 그려내고 있다.”

강=“전설을 보면서 임수정의 출연작인 영화 ‘전우치’(2009)와 ‘시간이탈자’(2016)가 떠올랐다. 비슷한 장르에 비슷한 캐릭터다. 연기에서도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표정에선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의 그림자가 언뜻 비치더라. 전설 캐릭터가 안정감 있게 극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김=“한세주는 자신의 소설을 읽고 모방범죄를 벌인 스토커 때문에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물론 그의 탓은 아니지만 한세주는 그 일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1, 2회에 보여진 한세주 캐릭터와 앞으로 펼쳐질 상황들이 너무 달라서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 의문이다.”

이=“하지만 유령작가의 등장은 무척 흥미로웠다. 정체가 정말 궁금하다.”

강=“뜻밖의 반응인데 타자기를 갖고 싶다는 시청자들도 많더라. 어쨌든 소재는 매력 있다는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유령작가 당신은 누구신가요. tvN 제공

‘시카고 타자기’ 출연 전 유아인은 건강 문제로 군입대가 미뤄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1년간 연기 활동을 쉬었다.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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