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12.01 18:00
수정 : 2017.12.01 18:33

[동물과 사람 이야기] 대형견에 곱지 않은 시선… 16년간 보호소에서 살다 떠난 백구


대한민국에서 대형견으로 산다는건

등록 : 2017.12.01 18:00
수정 : 2017.12.01 18:33

대한민국에서 대형견들은 힘들게 살아 간다. 마당개로 살다가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한 백구(왼쪽부터), 개농장에서 구조된 나라, 안내견으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미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스타견이 된 밀란. 동물자유연대, HSI,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오혜진씨 제공

#해외 23㎏ 이상, 국내 10㎏ 기준

소형견 선호 뚜렷해 입양도 꺼려

#아파트·공동주택 많은 것도 원인

식용으로 팔리거나 보호소행 많아

#‘큰 개는 사납다’ 잘못된 인식

시각장애인 안내견조차 백안시

국내 반려견 숫자는 대략 500만~700만마리로 추산된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 또한 낯설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국내 반려견들이 모두 상팔자는 아니다.

특히 대형견들은 설 자리가 좁다. 우선 체중을 기준으로 한 대형견 분류 범위가 넓다. 해외에서는 체중이 23㎏ 이상이면 대형견으로 분류하지만 한국은 10㎏만 넘어가도 중·대형견으로 분류한다.

국내의 경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많다 보니 덩치가 작은 견종을 선호한다. 더욱이 개에게 물리는 사고들이 최근에 잇따르면서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눈치를 보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8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 결과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반려견 종류는 몰티즈, 푸들, 시추 순이며 상위 15종 가운데 대형견은 7위 진돗개뿐이다.

반려견으로 사는 대형견은 그나마 낫다. 나머지 대형견들은 식용으로 팔려가거나 마당에서 살다가 유기견이 되면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군견, 탐지견, 안내견 등 사역견으로 활동하는 개들도 대부분 대형견이다.

어릴 때 구조된 백구는 평생을 보호소에서 살다가 지난해 숨졌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한 ‘백구’

2001년 피부병에 걸려 털이 다 빠진 채로 구조된 혼종 진도견인 백구. 최소 16세 이상으로 추정되는 백구는 평생을 보호소에서만 살다가 지난해 눈을 감았다. 백구를 구조한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는 백구를 관리할 공간이 없어 경기 오산의 한 반려견 위탁소에 맡겼다. 이후 백구는 보호소장이 사망하면서 보호소가 문을 닫은 2007년까지 입양을 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지냈다. 이후 동물자유연대는 마땅한 백구의 입양처가 나타나지 않자 키우기로 결정했다.

혼종 진도견들은 대부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살다가 식용으로 도축되거나 팔려가는 경우가 많고 야생 들개가 되기도 한다. 운이 좋아 구조돼 보호소에 들어가도 새 가족을 만나 입양되기 힘들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은 “혼종 진도견은 덩치도 크고 활동성이 좋아서 반려견으로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드물다”며 “센터 내 입양률이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경기 남양주에서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관계자들이 식용으로 도축되기를 기다리던 나라를 구조하고 있다. HSI 제공

개농장에서 구조된 ‘나라’

지난 9월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이 구조한 도사견과 세인트버나드 혼종인 나라는 경기 남양주의 한 개 농장에서 출산을 반복해야 했다. HSI는 개 농장을 구입한 뒤 개를 미국에 입양시키고 농장주에게 전업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나라를 구조했다. HSI는 출산을 앞둔 나라를 발견하자마자 위탁소로 옮겼다. 나라는 위탁소에서 새끼 8마리를 낳았지만 2마리가 죽어 현재 6마리를 돌보고 있다. HSI는 나라와 강아지들이 한국에서 입양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미국 입양처를 알아볼 예정이다.

국내에서 식용으로 사육되는 개들은 100만마리에 이른다. 식용 개들은 태어날 때부터 발이 빠지는 뜬장에서 잔반을 먹으며 살다가 1년 안팎이 됐을 때 전기봉이나 칼로 도축된다.

구조된 개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HSI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개 농장 10곳에서 개들을 구조했다. 김나라 HSI 캠페인 매니저는 “개 농장에서 구조된 대형견들이 해외에서 반려견으로 새 삶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선경씨가 안내견으로 활약하다 은퇴한 미담(왼쪽)과 안내견 심사에서 떨어져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무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안내견으로 활약하다 은퇴한 ‘미담’

13세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미담은 지난 8년간 서울 인왕중 교사인 김경민씨의 눈이 되어 주다 2014년 은퇴했다. 미담은 13세 때 실명한 김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 교사로 활동한 기간까지 7년 반 동안 함께 학교를 다녀 ‘가방 끈이 긴 안내견’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어디든 갈 수 있는 안내견이지만 대중교통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 여전히 시선들이 곱지 않다.

1993년 문을 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지금까지 배출한 안내견은 총 202마리에 이른다. 이 중 62마리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은퇴한 안내견들은 입양을 가거나 안내견학교에서 노후를 보낸다.

미담은 입양을 갔다. 미담을 입양한 최선경씨는 안내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15세된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나무를 함께 키우고 있다. 최씨는 “개에게 물리는 사건들이 화제가 된 뒤 나무, 미담이와 산책을 나가면 입마개를 하지 않는다고 질책을 당한 경우가 있다”며 “속상하지만 더욱 조심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오혜진씨가 자신의 반려견 밀란을 안아 보고 있다. 오혜진씨 제공

SNS 스타 반려견 ‘밀란’

4세 된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밀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견이다. 밀란을 입양한 오혜진씨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 밀란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팔로어가 10만8,000여명에 이른다.

밀란은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배를 드러내고 안길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많다. 그렇지만 대형견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려움도 많다. 오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가정은 주의해 달라는 방송이 나와 인적이 드문 밤에만 산책을 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며 “대형견은 무조건 사나운 개라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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