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6 14:00
수정 : 2017.12.06 19:06

[애니칼럼]동물들이 추위를 이겨내는 똑똑한 방법


등록 : 2017.12.06 14:00
수정 : 2017.12.06 19:06

동물들은 정말 겨울에 춥지 않을까?

기러기나 고니, 원앙들을 보면 그 아무리 찬바람이 몰아쳐도 차가운 물 위에서 유유히 동동 떠다니고, 심지어 온몸을 담근 채 자맥질까지 한다. 겨울철새나 흔한 텃세인 참새까지, 새들이 겨울잠을 자는 일 따위는 없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겨울은 고난과 시련의 계절이다.

그럼 그 연약하고 작은 것들이 어떻게 겨울을 이길까? 무슨 특수한 장치나 능력이라도 있단 말인가? 새들을 많이 부검해 보았지만 그런 기관들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새의 깃털은 날기엔 제격이지만 다른 동물의 털에 비하면 매우 엉성한 듯 보이고, 배 부위에 나 있는 연한 솜털은 잡으면 한 움큼씩 쉽게 뽑혀 버린다. 그럼 피부라도 두꺼워야겠지만 오히려 습자지처럼 얇아서 핏줄이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다.  그나마 새들은 평균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높다.

그래서 먹을 것만 잘 먹으면 그 높은 체온을 이용해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다리에는 열 교환 기능이 있어 차가운 발끝으로 갈수록 피가 차가워지고 다시 위로 올라갈수록 데워지기를 반복하여 얼음 한복판에 서 있어도 얼음판도 녹지 않고 발바닥도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발에만 국한되는 일이다.

몸에 특별한 것이 없다면 역시 행동거지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성싶다. 겨울에 달라지는 동물들의 대표적인 행동은 첫째, 군집·운거 생활이다. 겨울잠을 자는 뱀, 너구리, 오소리들은 아주 한 덩어리로 뭉쳐있다. 일본원숭이나 사슴 무리도 서로 꼭 껴안거나 옆구리와 옆구리를 맞대고 혹한의 겨울밤을 함께 보낸다. 

기니피그의 사촌 '마라' 두 마리. 옆구리와 옆구리를 꼭 맞대고 혹한의 겨울밤을 보내는 동물들도 있다.

하지만 남극의 펭귄들을 제외한 일반 새들에게서는 이 정도의 밀착 행동이 보이진 않는다. 다만 새들도 겨울에는 철새들의 운무처럼 흩어져있던 무리들이 커다란 군집을 형성한다. 이것은 추위를 이기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려니와, 결혼 의식이기도 하다. 또한 이때만큼은 불필요한 동작이나 모험적인 행동, 특히 새끼 낳은 것 같은 위험천만한 일은 극히 자제한다. 단, 곰은 이때 꼭 새끼를 낳지만 이 새끼는 정말 손바닥만 하여 어미만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서로에게 거의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곰은 겨울에 새끼를 낳지만, 철새들은 겨울에 이런 위험천만한 일은 극히 자제한다.

두 번째는 몸의 움츠림이다. 왜가리나 백로는 목이 30cm 이상으로 길다. 그런데 쉴 때 보면 마치 목이 없는 동물 같다. 날 때는 ‘ㄱ’ 자로 꺾는다. 펠리컨이나 고니는 목을 뒤로 젖혀 날개 사이에 깊숙이 파묻는다. 두 발마저 배에 깔고 않으면 마치 하얀 공처럼 변한다. 시골 분들은 이런 고니의 쉬는 모습을 보고 이들을 ‘바구니 새’라고도 부른다. 

펠리컨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목을 뒤로 젖혀 날개 사이에 깊숙이 파묻어 '공 모양'으로 몸을 움직인다.

일본원숭이들은 옛날 할아버지들이 두루마기 소매 속에 손을 넣은 것처럼 가슴 앞에 두 손을 깍지 끼고 허리를 수그리며 아장아장 걷는다. 그리고 잠 잘 때나 쉴 때는 두 발과 두 손을 한데 꼭 모으고 고개를 가슴 쪽으로 푹 숙인다. 마치 뭔가 깊이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추위를 이겨내는 그들만의 간결한 생존비법이다.

세 번째는 움직임의 최소화이다. 오직 추위를 방어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겨울밤 새들이 자고 있는 전시장에 몰래 들어가 보면 어떤 새는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가 있지만 대부분의 새들은 긴 횃대에 나란히 앉아서 졸고 있다. 보통 때는 가까이 다가가면 ‘퍼드득’ 날아가기 바쁜데 겨울밤에는 웬만해서는 잘 날아가려 하지를 않는다. 삵, 족제비 같은 것들이 겨울밤의 이득을 보기 위해 그토록 농가 주위를 배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양이도 주로 밤에 비둘기 사냥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 가보면 날개 깃들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널려있다. 

황조롱이(위)와 부엉이. 겨울에 동물들은 추위를 방어하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 밖에도 사슴이나 북극곰같이 열심히 움직여서 열을 내는 동물들도 있고 물범이나 수달처럼 따뜻한 바위 위에서 몸을 데우는 무리들도 있다. 우리가 배운 생물학 교과서에는 북극곰들이 두터운 털 때문에 추위에 끄떡없다고 하지만 그들도 추우면 물에 들어가지 않고 빙산에 가만히 앉아서 햇빛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우리가 옷만 걸치고선 추위를 이기지 못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교과서와 달리 북극곰도 마냥 추위에 강한 건 아니다. 바위에 앉아서 햇빛이 나오길 간절히 기다린다. 픽사베이

예외 없이 어떤 동물들에게나 겨울은 커다란 시련의 계절이며 이때 약한 유전자를 가진 동물들은 많이 소멸된다. 이 고난을 이기기 위해서는 매우 치밀한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단지 차이라면 사람들이 화석연료를 태워 이를 이겨내는 반면 동물들은 극히 에너지 보존적이며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는 것뿐이다. 야생동물들도 겨울밤이 춥기는 우리와 매한가지다.

글ㆍ사진 최종욱 야생동물 수의사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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