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5 16:02
수정 : 2017.07.05 16:02

프랑스 ‘보르도’에서 꼭 들러야 할 맛깔난 숍 5


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74)

등록 : 2017.07.05 16:02
수정 : 2017.07.05 16:02

영글어가는 포도밭을 달리는 대신 시내 구석구석을 탐정처럼 살폈다. 여기는 와인 문외한도 들어본 ‘보르도 와인’의 자궁, 보르도(Bordeaux)다.

두 손 두 팔 다 써서 추천하고 싶은 숍 5곳을 소개한다.

부르스 광장(Place de la Bourse)의 ‘물의 거울’ 분수 앞과 뒤. 분수는 세상을 투영한다.

흔히 보르도라 하면, 길고 촘촘한 포도밭부터 떠오른다. 기시감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 ‘블링블링한’ 포도송이도 딸려온다. 와인과 떼어놓기엔 섭섭하지만, 이미 보르도는 될성부른 나무였다. 대서양으로 통하는 가론(Garonne) 강을 옆구리에 끼고 있다. 과일이나 채소 곡식이 넘쳐나고, 석유와 철강 등 공업도 활발했다. 대서양 무역의 요충지로 부자가 될 떡잎이었다. 12~15세기경 영국에 편입되면서, 보르도 와인은 유럽 전역에 명성을 떨쳤다. 피니쉬(잔향)가 길고, 무거운 보디감으로 사로잡은 탓이다.

현재 보르도의 명성은 아키텐주의 정치, 교육, 경제의 거점이라는 점. 키워드는 ‘올드 앤 뉴’다. 젊고 상큼한 대학생이 중세의 건축물 사이를 쇼핑하고 다닌다. 허리를 굽힌 빈티지 숍이 심장 멎을 듯 출연한다. 저녁이면 부르스 광장 분수에는 세상의 모든 빛과 뜀박질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그림자의 대비로 절경을 이룬다. 타워와 대성당, 박물관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무한 손짓을 한다. 파리에서 고속열차(TGV)로 딱 2시간! 2010년 론리플리닛 유럽판에 겨우 한 줄을 걸친 보르도는 2017년 여행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수직형, 수평형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뚜벅이 신세는 고달파도 마음은 차오를 것이다.

농장 대신 와인 컬렉션 숍, 랑탕당(L’INTENDANT)

스타일리시한 와인 집사가 층마다 와인 관리 및 고객 대응에 힘쓴다. “Puis-je vous aider(도와드릴까요)?”

12m 높이의 17세기 멘션(mansion)으로, 계단을 오를수록 기대감까지 높아진다.

다리가 후들거릴 때쯤 300유로를 가뿐히 넘기는 특1등급 생 테밀리옹(Saint-Emilion)산 와인 등장.

와인 갤러리라 쓰고 숍이라 읽는다. 원통형 계단식 와인 컬렉션 숍이다. 앙탕당(intendant)은 불어로 ‘집사’란 뜻. 소위 와인 관리인이 보르도 시내에서 와인의 명성을 떵떵거리며 펼쳐 보인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6층 구조다. 1만5,000여병의 와인이 ‘모셔져’ 있다. 정리벽이 심한 편이다. 층별로 가격이 낮은 순에서 높은 순으로 오른다(전략상 반대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각 와인은 원산지와 생산연도, 와인명, 등급(GCC, Grand Cru Classe나 Cadets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취하기 위한 원초적 행위보다 미식 문화로서의 격을 한껏 높인다.

주소 2 Allées de Tourny, Bordeaux

문의 www.intendant.com

시간을 사들이는 골동품 상점, 데니셰르(Au Dénicheur)

한 발을 뗄 때마다 구경할 아이템이 덮치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빈틈이란 이곳에서 사치다. 360도 구석구석 어느 하나 같은 물건을 허락하지 않는 곳.

어두운 소굴 같은 숍 안. 면적 대비 물건 쌓기 대회가 있다면 이곳이 1등감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골동품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있다. LP판과 서랍장, 신문, 자전거, 테니스라켓 등 길 잃은 전 세계의 물건이 이곳에 집을 꾸린 셈.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손때와 시간까지 가득 담겼다. 놀라운 건 디스플레이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쳐보는 듯한 은밀함이 흐를 뿐, 보기에는 편안하고 손님의 부주의로 떨어질 위험은 극히 적다. 애초에 다시 오게 되어 있었을까. 분명히 구경하다 놓친 물건이 있을 거란 미련이 생기므로. 숍 이름인 데니셰르(Dénicheur)는 진품을 잘 찾아낸다는 뜻이다.

주소 12, rue de la Cour des Aides 33000 Bordeaux

문의 06 14 47 37 08

테이크아웃하는 카눌레 원조집, 라 토크 퀴브레(La Toque Cuivrée)

속은 파운드 케이크처럼 보이나 적당한 수분이 있어 목이 멜 일도 없다.

뚱뚱한(gros)/적당한(Lunch)/작은(Bouchée) 크기의 박스로 최소 개수부터 판다.

보르도의 전통 케이크, 카눌레(혹은 까눌레, Canelé)의 원조 집이다. 카눌레만 옹고집으로 판다. 제법 어울릴 법한 커피도 팔지 않아 테이크아웃이 필수. 카눌레는 식감의 삼위일체다. 찐득하고 바삭하고 부드럽다. 럼과 바닐라향이 은은히 코를 매혹하는 가운데 바삭하고 쫄깃한 겉감과 폭신한 안감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문제라면 한입에 쏙 들어가는 편의성과 ‘하나 더’를 부르는 달콤함 때문에 텅텅 빈 박스를 보고 자괴감에 빠질 위험이 있을 뿐. 공원에 드러누워 맛보면 세상의 행복은 모두 내 차지다. 보르도 인근 지역에만도 9개 지점이 있다.

주소 41 Place Gambetta 33000 Bordeaux

문의 www.la-toque-cuivree.fr

취향 불문 아트 편집 숍, 지아나 엣 모아(Gianna et Moi)

패션 아이템만 있을 거란 편견은 내부를 들어선 순간 와장창 깨진다.

신진 혹은 기성 아티스트의 소품과 자체 디자인한 패션 아이템이 균형을 이룬다.

숍의 끝에 있는 작업실은 아이디어의 분출구이자 손님과 아티스트가 만나는 사랑방 같은 역할.

샤스 스플린(Chasse Spleen)으로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전해지는 시인 샤를 보들레르, 샤토 마고(Chateau Margaux)에 반해 손녀 이름까지 마고로 지어버린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보르도 와인이 예술가에게 끼친 영향은 현재까지 유효하다. 이런 결에 따라 보르도엔 크고 작은 아트 편집숍도 눈에 띄는 편. 이곳은 작업실 겸 편집숍이다. 긴 직사각형의 실내엔 시즌별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패션 아이템 외에도 향수, 장식품, 책 등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의 아이템이 갤러리처럼 전시되어 있다. 혹 와인과는 벽을 쌓았지만 보르도산 기념품에 목말랐다면 이곳으로 진격할 것.

주소 42 rue Sainte-Colombe 33000 Bordeaux

문의 giannaetmoi.com

중세 그늘 아래 테라스 카페, 북스 앤 커피(BOOKS & COFFEE)

책과 커피 뿐 아니라 차와 음악을 좋아하는 이의 만족도를 높이는 카페.

북 카페란 감투 덕에 혼자 들려도 소외되지 않고 오히려 안주인인 양 어울린다.

전세계 1등급 커피 원두와 각종 차도 절찬리 판매 중.

1775년 이래 매달 첫째 주 일요일, 매년 6번의 기념일에만 울리는 그로세 클로쉬(La Grosse Cloche). 이 그늘 아래 카페가 있다.

이름 따라 북카페라고 하기엔 송구스럽다. 그저 시간 때우기 카페라고 하기엔, 커피와 차 그리고 음악 선정이 탁월하다. 누가 주인인지 손님인지 의문되는 자유분방함이 문고리에도 서려있는 곳. 명당은 역시 문 앞 테라스다. 그로세 클로쉬(La Grosse Cloche, 대종 시계탑)로 통하는 생 잠므 가(Rue Saint-James)에 난 테라스 자리는 늘 선점하려는 사람들이 눈치 작전 중. 명당의 이유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그로세 클로쉬와 병풍처럼 이어진 높은 빌딩 아래 있어 따가운 태양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둘째, 이 길을 애용하는 보르도의 트렌드세터를 죄책감 없이 구경할 수 있는 최적지란 점이다. 혼자 가서 청승을 떨기에도 적당하다.

주소 26 Rue Saint-James, 33000 Bordeaux

문의 05 56 81 47 41

강미승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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