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5.30 17:20
수정 : 2017.05.30 17:20

[고은경의 반려배려] 홀로 남겨진 큰돌고래 태지는 어디로


등록 : 2017.05.30 17:20
수정 : 2017.05.30 17:20

큰돌고래 태지는 지난 22일 이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설마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얼마 전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공연을 하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기뻐한 것도 잠시.

홀로 남겨진 큰돌고래 태지의 임시 보호처로 거론되던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이 태지를 보호하는 데에 난색을 표하면서 태지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금등이와 대포가 제주로 떠난 지 1주일. 태지는 9년간 함께 살던 친구들과 갑자기 헤어지고, 좋든 싫든 매일 열리던 생태설명회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낯선 환경에 놓여있다.

사실 태지에게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이외의 선택권은 없었다. 태지는 일본에서 살던 큰돌고래이기 때문에 남방큰돌고래가 사는 제주 앞바다에 풀어줄 수도 없다. 종과 서식지가 달라 생태교란을 일으킬 수 있고, 무엇보다 무리가 없는 태지가 생존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설사 일본 인근에 방류한다 해도 몰아잡기 방식으로 돌고래를 합법적으로 포획하는 일본에 돌려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돌고래 쇼를 하는 사기업이 운영하는 수족관에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돌고래를 보유한 유일한 공공기관이 차선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이 그 동안 돌고래의 무덤으로 불리며 악명이 높았다는 데에 있다. 지난 2월 울산 남구청은 동물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이지에서 큰돌고래 2마리를 수입했다가 1마리가 나흘 만에 폐사해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때문에 일부 동물·환경단체들은 폐쇄해야 할 고래생태체험관에 새로운 돌고래를 반입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태지 반입을 고려했던 남구청도 굳이 주목을 받고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태지를 데려올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울산 방어진항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일본 지역으로 돌아간 큰돌고래 고어진(방어진에서 구조된 돌고래라는 뜻)의 사례를 들며 태지를 제주 앞바다에서 훈련시켜 울산에 방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울산에서 매년 큰돌고래가 발견되기 때문에 태지를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무엇보다 큰돌고래를 서식지가 아닌 남방큰돌고래의 출입이 가능한 제주 가두리에서 훈련을 시키는 게 생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또 일부 큰돌고래가 보인다고 해서 태지가 무리에 합류를 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독 사람을 잘 따르는 큰돌고래 태지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가 잡아온 돌고래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사회적 동물인 태지의 독거 생활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을 이끄는 제주대 김병엽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돌고래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살 행위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태지를 당장 방류하기는 어렵더라도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일단 이동시킨 이후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태지를 또 다른 수족관으로 옮기는 것이나 서울대공원에 홀로 두는 방안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대화하고 함께 놀 친구가 없는 태지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지금 당장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태지의 안전과 생존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