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표향 기자

등록 : 2016.12.20 17:28
수정 : 2016.12.20 17:28

이토록 달콤한 ‘도깨비’... 공유이니까


[캐릭터 오디세이]

등록 : 2016.12.20 17:28
수정 : 2016.12.20 17:28

공유는 드라마 ‘도깨비’로 자신의 연기 이력에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tvN 제공

‘도깨비’는 배우 공유(왼쪽)와 김고은의 매력 뿐 아니라 캐나다 퀘벡의 가을 풍경을 담아낸 수려한 영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tvN 제공

올해 나이 939세. “생일이 빨라 한 살 적다”는 그의 주장을 너그러이 받아들인다 해도 이번 세기에 1,000세를 맞이하게 될, 그래서 ‘조상님’이라 불려도 될 법한 초고령 빗자루, 아니 ‘도깨비’가 안방극장 여심에 불을 질렀다.

깊고 어두운 밤 자욱한 안개를 헤치며 그가 성큼성큼 걸어오던 그날, 이미 도깨비의 마법은 신드롬을 예고했다.

tvN 드라마 ‘도깨비’와 배우 공유(37)는 황금 같은 ‘불금’과 ‘불토’를 기꺼이 TV에 바치게 만들고 있다. ‘전설의 고향’ 단골 출연자인 도깨비도 공유가 연기하면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주인공으로 탈바꿈한다. 불멸의 생을 형벌처럼 살아내고 있는 도깨비 김신(공유)은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해줄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을 만난 뒤 도리어 생의 환희를 깨닫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삶의 무게를 담아낸 공유의 쓸쓸한 눈빛과 나지막한 목소리는 판타지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939세 도깨비와 19세 소녀의 로맨스도 설득해내고야 만다.

‘도깨비’ 2회 엔딩 장면에 등장한 도깨비(공유ㆍ오른쪽)와 저승사자(이동욱ㆍ왼쪽)의 남성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기 충분했다. tvN 제공

도깨비의 탄생

김신은 지은탁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홀연히 등장해 구해내고, ‘소(스테이크)’를 사주기 위해 순식간에 캐나다까지 데려간다. 괜한 투정을 부리다 무심코 “내가 남자친구”라는 말을 던져놓고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할 때는 의외로 귀엽기까지 하다. 이상적 면모와 현실적 존재감이 공존하는 캐릭터다. 공유의 연기는 판타지와 현실의 간극을 탄탄하게 메우며 묵직하게 극을 떠받친다. 뜨겁지는 않지만 성숙한 배려가 있는 김신의 사랑법이 설렘 이상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것도 그래서다. 나아가 김신은 안심할 수 있는 어른의 이미지까지 전달한다.

김은숙 작가와의 협업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빚어냈다. 공유는 “30대 후반 나이에 로맨틱 코미디가 어울릴까 고민했다”고 하지만, 김 작가의 대본을 그 어떤 배우보다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김 작가의 “5년 러브콜”에 대한 공유식 화답이다. 제작사 화앤담픽처스 관계자는 “배우와 작가가 수개월간 작품에 대해 논의하면서 충실하게 준비한 것이 좋은 결실로 이어진 것 같다”며 “김 작가는 공유의 장점을 캐릭터에 반영하고, 공유는 작가의 의도를 잘 이해해 연기로 소화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깨비’ 신드롬에는 세련된 스타일도 한 몫 거든다. 롱 코트와 터틀넥 스웨터, 클래식한 슈트는 공유의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을 한껏 살리며 매력을 극대화한다. ‘도깨비’의 이응복 PD는 “도깨비가 화보처럼 보였으면 한다”고 딱 한 가지만을 주문했다. 14년 동안 공유의 전담 스타일리스트로 일해온 이혜영 실장은 “긴 코트 자락이 날리는 느낌이 도깨비의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 드라마틱한 장면에선 제복 같은 롱 코트를 선택했다”며 “지은탁과 투닥거리며 대사를 주고 받을 때는 편안하고 귀여운 의상으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공유가 1960년대 캐나다 장면에서 입고 나온 슈트를 비롯해 거의 모든 ‘도깨비 의상’이 완판됐다. 이 실장은 “협찬을 하지 않는 명품브랜드에서도 협찬 문의가 온다”며 “업계 체감 반응은 ‘커피프린스 1호점’(MBC) 때 이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깨비’의 김신은 도깨비 방망이를 대신 검을 무기와 도구로 사용한다. 김신이 지닌 무사의 풍모는 공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tvN 제공

공유의 신체적 매력에 기댄 패션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tvN 제공

‘도깨비’ 이후의 공유

공유가 ‘도깨비’를 만나기 전까지 그의 대표작은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장 여자인 줄 모르고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갈 데까지 가보자”고 고백하던 재벌 3세 최한결이 지금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벌써 9년 전 작품이다.

이후 공유는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흥행도 나쁘지 않았다. 영화 ‘도가니’와 ‘용의자’는 4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올해는 ‘부산행’과 ‘밀정’으로 각각 1,100만과 750만 관객을 모으며 연타석 홈런을 쳤다. 그런데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는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다. 영화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도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매너 연기”라는 말도 나온다. 영화 관계자들은 공유의 연기적 성취가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공유는 캐릭터보다 이야기를 충실히 그려내는 연기를 한다”며 “작품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낮출 줄 아는 미덕을 지닌 배우”라고 평했다.

공유의 도전적인 선택도 또 다른 이유다. 캐릭터보다는 작품의 의미와 새로운 시도에 가치를 두고 영화 작업을 해 왔다. ‘부산행’을 제작한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는 “한국에선 낯선 좀비 소재와 애니메이션 감독의 첫 실사 영화 연출 등 불안 요소가 있는 영화라 배우로서 도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공유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선 ‘도가니’ 때부터 공유의 연기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공유가 군복무 시절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읽고 감명 받아 직접 소속사에 영화화를 제안한 작품이다.

‘도깨비’ 이후의 공유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트렌디한 역할부터 진중한 역할까지 폭넓은 연기력을 입증했고, ‘도깨비’로 판타지 장르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대표는 “감독이 공유라는 배우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더 넓어져 ‘도깨비’ 신드롬이 영화계에서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공유가 출연한 영화 '도가니'와 '부산행'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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