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25 14:00
수정 : 2017.10.25 16:22

[애니꿀팁]반려동물 고령화의 그림자, 치매


등록 : 2017.10.25 14:00
수정 : 2017.10.25 16:22

반려동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를 앓는 동물들도 늘어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좋은 먹거리, 좋은 생활 환경, 가족의 세심한 관리, 수의료 기술의 발전 등으로 반려동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예전에 비해 15세 이상인 반려동물이 심심치 않게 내원하고 있다.  올해 열여섯 살인 루루는 2년전 본원에서 인지기능저하증(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진단을 받은 후 증상이 매년 조금씩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밤중까지도 잠을 자지 않고 하울링과 짖기를 계속하는 바람에, 가족 중 한 명씩 소음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밤새 아이를 안고 달래느라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고 하소연을 했다. 

개보다 고양이 치매가 사람과 더 유사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치매가 발생한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Davis)에서 11~16세 령 반려견 보호자를 대상으로 수면 습관, 수면 주기, 가족과의 상호 작용, 방향 상실, 대소변 실수 등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62%에 달하는 반려견이 이중 최소 한가지 이상의 행동 변화를 보인다고 답했다.

특히 나이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열한 살 동물의 경우 한 가지 이상 행동 변화를 보인 비율은 32%였지만, 열여섯 살의 경우는 100% 였다.  국내에서는 이런 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비슷한 통계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저하증은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발병 기전(병이 발전하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현상과 반응)이 매우 유사하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기전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뇌세포의 사멸, 뇌의 아밀로이드 플라그 축적, 뇌세포의 신경섬유다발 형성 등이 진행되어 치명적인 뇌기능의 손상을 유발한다. 노화가 진행하면서 인지기능손상을 겪는 반려견도 사람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나타나는 뇌세포의 사멸과 아밀로이드 플라그 축적의 소견이 자연적으로 나타난다. 고양이는 반려견 보다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더욱 유사한 발병 기전을 보인다.

반려동물의 인지기능저하증은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매우 유사하다. 언스플래시

인지기능 손상을 겪는 반려견은 방향감각 상실, 사회적 상호 작용 감소, 기억력 감퇴, 수면 활동 주기의 변화와 같은 행동 변화를 보인다. 목적의식 없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기, 대소변 실수, 익숙한 장소에서 길 잃기, 평소 명령어에 반응하지 않기, 아무 이유 없이 밤에 짖거나 하울링 하기, 친한 사람이 어루만지려고 하면 피하거나 자리를 뜨기, 벽이나 바닥을 멍하게 바라보기, 낮에 잠만 자고 밤에 활동하기, 식욕 감퇴, 가족이 귀가할 때 반가워하지 않거나 집안 어지럽히기 등 다양한 행동 변화를 보인다.  이런 행동 변화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보호자가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 정도의 행동 변화를 보여서 나이가 들면서 보이는 정상적인 행동 변화로 인식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서 증상이 심해져야 상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매인지 아닌지 이런 행동 변화의 정도에 점수를 부여하고 각 점수를 합산해서 총 점수가 39이하는 정상, 40-49는 위험군, 50점 이상을 반려견의 인지기능저하로 진단한다(Canine Cognitive Dysfunction Rating Scale).

치매 완치는 안되지만 개선은 가능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사람이나 반려동물의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하는 정도의 치료는 가능하다.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물질은 활성 산소(Free radical)다. 뇌에 과도하게 생성된 활성산소는 아밀로이드 플라그 축적과 뇌세포 사멸을 유발해서 인지 기능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항산화제(비타민C & E, beta carotene, selenium, flavonoids, ets)의 공급도 어느 정도 인지기능저하의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불포화지방산(오메가-3), 엘 카르티닌(l-carnitine), 스트레스(불안감) 예방제 등도 도움이 된다. 식이요법, 보조제 요법, 약물요법 등과 함께 훈련, 놀이, 기능성 장난감 등을 활용한 인지 기능 개선 활동의 병행이 반려견의 인지기능저하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 및 시력의 감퇴와 다양한 의학적 문제로도 유사한 행동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나이의 문제로만 단정하지 말고 병원에 내원해서 진찰 및 상담받기를 추천한다. 

단순히 나이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 내원해 진찰과 상담을 받기를 권한다. 픽사베이

인지기능저하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도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삶의 질이 나빠지게 만들고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안락사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무서운 질환이다. 100%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은 없지만 보호자가 미리 관심을 갖고 케어한다면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마지막을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사람의 치매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고 최근 국내 한 업체에서 개발한 치매 치료제 신약이 실험동물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 효과적인 반려동물 치매 치료제도 곧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봉 수의사ㆍ이리온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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