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12.05 11:00
수정 : 2017.12.05 17:52

유기동물 보호소를 라이브로 방송하는 1인 BJ


등록 : 2017.12.05 11:00
수정 : 2017.12.05 17:52

[인터뷰] 아프리카TV BJ ‘견학생’ 김찬양 씨

아프리카 TV BJ 견학생 김찬양 씨는 매주 일요일 아프리카TV에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라이브로 방송한다(왼쪽). 뒷다리가 마비된 호돌이는 방송을 통해 지원받은 휠체어를 타고 달릴 수 있게 됐다. 김찬양 씨 제공

요즘 각 방송사의 TV 프로그램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게 반려동물 방송이다. ‘펫방’(애완동물을 뜻하는 펫과 방송을 합친 말)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반려동물 방송이 기존 방송사들만의 점유물은 아니다. 반려동물, 길고양이 등을 주제로 하는 인터넷 개인 방송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개인 방송 아프리카TV에도 하루 평균 100개 이상의 ‘펫방’ 채널이 열린다. 24시간 동물을 관찰하거나 훈련을 시키기도 하고, 길고양이 쉼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가운데 실제 보호소에 있는 유기동물을 돕고, 오프라인 모임으로 연결시킨 방송이 있다. 아프리카TV 방송 진행자(Broadcasting Jockey· BJ) ‘견학생(본명 김찬양·33)이 지난 해 6월부터 매주 일요일 진행하는 유기동물 보호소 라이브 방송인 ‘ 멍냥 날다 ’ 다.

아프리카TV BJ 김찬양 씨는 매주 일요일 경기 안성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보금자리’의 봉사 모습을 라이브로 전달한다. 김찬양 씨 제공

김 씨는 “기존 방송들이 귀여운 동물들을 보여주는 단순 관찰 카메라 형식에 주력했다면 멍냥 날다는 경기 안성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보금자리’의 봉사 모습을 라이브로 전달하고 시청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방송에만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의 별풍선(시청자들이 좋아하는 BJ에게 선물하는 온라인 재화)을 받아 아픈 유기견을 위한 휠체어도 선물하고, 보호소에 기부하는 등 유기동물을 위한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게 방송의 매력으로 꼽힌다.

김 씨는 지난 해 11월부터는 소모임 응용소프트웨어(앱)를 통해 봉사자들을 모집하고 매주 보호소를 찾고 있다. 일요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5시간 동안 청소하고 개들에게 밥을 주는 일상적인 보호소 모습과 함께 동물들을 소개하고 시청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기도 한다. 하루 평균 방송을 보는 이들은 100여명 안팎. 좁은 보호소 내에 운동장도 만들고 피부병 예방을 위해 반려견 드라이룸을 선물하는 등 보호소에서 필요한 것, 부족한 것들을 별풍선을 모아 지원하는 데 그 금액이 1,000만원이 넘는다.

경기 안성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봉사자들이 개들을 목욕시키고 있다. 김찬양 씨 제공

김 씨가 처음부터 유기동물 라이브를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 경기 여주에 있는 한 반려동물 운동장에서 1인 방송을 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다”며 “유기동물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 유기동물 보호소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TV의 BJ견학생이 다리가 아프지만 방송을 통해 휠체어를 지원 받아 달리게 된 호돌이를 쓰다듬고 있다. 아프리카TV 캡처

방송 초기에는 보호소에 일손이 부족해 방송을 본 사람들이 봉사를 너무 멀게만 느끼지 않고 봉사에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후 김 씨가 본격적으로 방송을 하게 된 데에는 지난 2015년 구조되어 보호소에서 살고 있는 ‘호돌이’의 영향이 컸다.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쳤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잘 웃는 호돌이를 위해 휠체어를 선물하고 싶었다. 뒷다리가 마비되어 보호소 한 켠에만 머무는 걸 안쓰럽게 여기던 중 휠체어를 하면 걸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 그는 방송에서 별풍선이 모이게 되면 호돌이 휠체어를 제작할 것을 약속했고, 사연을 본 시청자들의 후원금은 제작에 필요한 금액 100만원을 넘겼다. 휠체어 제작 업체는 호돌이에게 무상으로 휠체어를 제작해줬고, 모인 성금은 보호소에 전달할 수 있었다. 이후 처음 휠체어를 타고 어색해하는 호돌이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시청자들은 “무서워하지마”, “할 수 있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응원의 글도 이어졌다.

유기견 보호소 ‘행복한 보금자리’를 찾은 견학생과 봉사자들이 개들을 산책시키고 있다. 김찬양 씨 제공

하지만 방송을 하면서 안타까운 점도 있다. 보호소 시설을 트집잡기도 하고, 입양 문의 보다는 보호소에 자신의 동물을 맡길 수는 없냐는 연락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김 씨에게 힘이 되는 건 그래도 시청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이다. 그는 “매주 방송을 하다 보니 몸은 힘들지만 보호소 아이들과도 정이 들고 커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다”며 “이렇게 휴대폰 하나로도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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