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수 기자

등록 : 2017.11.07 18:00

평온함 누리고 아찔함 즐기고…청풍호반 드라이브


제천 청풍문화재단지에서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 꽉 찬 하루 일정

등록 : 2017.11.07 18:00

올해 개장한 단양 적성면의 만천하스카이워크. 국내에서 가장 높은 200m 상공의 투명유리 아래로 남한강과 단양읍내가 아찔하게 펼쳐진다. 단양=최흥수기자

댐으로 생긴 호수는 댐 이름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소양호를 비롯해 팔당호 대청호 안동호 등 대형 댐으로 형성된 전국의 호수 이름이 대부분 그렇다.

충주댐 호수도 당연히 충주호인데, 제천에서는 유독 ‘청풍호’라 부른다. 1914년 행정구역개편으로 제천에 편입되기 전까지 이 일대가 청풍군이었고, 충주 제천 단양에 걸쳐 있는 충주호 수역 중에서도 풍광이 가장 뛰어나다는 자부심도 들어있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에서 단양IC까지 바로 가면 28km, 20분이 안 걸리지만 청풍호반을 따라 이동하면 약 48km다. 시간은 하루를 잡아도 모자란다. 산자락을 파고든 물길 따라 꼬불꼬불 이어진 도로는 달릴 수도 없을뿐더러 쉴 곳과 볼거리가 널렸기 때문이다.

유물보다 풍경이 일품, 청풍문화재단지

남제천IC를 빠져 나와 금성면소재지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청풍호반길이다. 봄이면 벚꽃 터널을 이루는 이 길에 지금은 막바지에 이른 벚나무 단풍이 곱다. 금월봉휴게소부터 도로는 호수와 더 가까워진다. 금월봉은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인 점토를 파내는 과정에서 발견된 바위 군상으로 금성면과 월굴리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형상이 작은 금강산을 연상시키는 사진 포인트다. 야간 조명이 있어 밤에 더 환상적이다.

제천 청풍문화재단지와 청풍대교.

문화재보다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석조여래입상 아래 소원돌을 돌리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벽루의 멋들어진 풍경.

이곳에서 약 10km를 달려 청풍대교를 건너면 언덕 위에 청풍문화재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댐 건설로 물에 잠긴 제천 관내 5개 면의 고가와 문화재를 모아 놓은 곳이다. 청풍부를 드나들던 관문인 팔영루를 출입문으로 삼고, 한벽루와 금남루 등 누각은 전망 좋은 자리로 배치했다. 금병헌과 응청각 등 관아 건물도 옮겨 세웠다.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제546호) 앞에는 둥근 ‘소원돌’을 놓아 재미 삼아 공양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나이만큼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으로 돌을 돌리면 소원을 이룬단다. 꼭대기인 망월산성까지 연결된 산책로에는 연리지, 하트 품은 소나무, S라인 벚나무 등 소소한 볼거리로 채웠다.

문화재단지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주변 경관이 더 돋보인다. 망월산(해발 373m) 정상 누각에 오르면 잔잔한 수면과 역동적인 산줄기가 빚은 풍광에 가슴이 뻥 뚫린다. 청풍대교 아래로 넓은 호수가 펼쳐지고, 그 너머로 우람한 산세와 능선이 겹쳐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청풍문화재단지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일몰 명소 정방사, 하늘 바라기 솟대공간

문화재단지에서 다시 청풍대교를 건너 오른편 옥순대교 방면으로 차를 몰면, 도로는 한층 좁아지고 굴곡은 심해진다. 이 길에서 ES리조트 입구 지나 왼편 산으로 시멘트 포장도로를 오르면 신라고찰 정방사에 닿는다. 사찰 바로 아래까지 차가 갈 수 있는데, 대부분 구간에서 교행이 불가능해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비켜 줄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하며 운전해야 한다. 옛 사람들이 능강구곡으로 이름하고 정취를 즐기던 길로, 단풍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광도 일품이다.

정방사 오르는 길의 능강계곡 단풍.

사찰이 바위 절벽 아래 옹색하게 자리잡았다.

절 마당이 그대로 청풍호와 일몰 전망대다.

사찰은 금수산 조가리봉(562m) 바로 아래 옹색한 바위 절벽에 자리 잡고 있다. 옆으로 길쭉한 좁은 터에 대여섯 채의 전각이 모여 있고, 앞 마당은 거칠 것 없이 툭 트인 전망이다. 발 아래엔 늦가을 단풍이 마지막 색을 발하고, 끝자락으로 청풍호 물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그 너머로는 또 끝을 알 수 없는 높고 낮은 산줄기가 겹쳐진다. 사그라지는 햇살에 전각 뒤편 바위도 붉게 물들고, 청풍호 물빛도 주황색으로 떨어진다. 마당 앞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일몰 풍경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정방사에서 도로로 내려오면 호숫가에 억새와 어우러진 솟대가 눈길을 끈다. 맞은편이 국내 유일의 솟대테마공원인 ‘능강솟대문화공간’이다. 입구에는 ‘희망솟대’의 자음만 따 ‘ㅎㅁㅅㄷ’을 간판으로 삼았다. 높은 장대 위에 기러기나 오리 형상을 하늘로 향해 세운 솟대는, 그 자체로 소원을 기원하고 꿈을 이루기 위한 희망의 상징이다.

능강솟대문화공간 앞 청풍호에 노을이 붉게 물들었다.

능강솟대문화공간 옥상의 희망 솟대.

능강솟대문화공간 지킴이 윤영호 조각가.

솟대문화공간에는 윤영호 조각가가 제작한 400여 개의 크고 작은 솟대가 건물 안팎에 배치돼 있지만 똑 같은 작품은 하나도 없다. 주 재료는 나무와 동(銅)인데 윤 작가는 이곳 솟대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연스러움을 꼽는다. 동으로 만든 작품도 기본적으로 나무의 형상과 질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상상으로 찍어 낸 작품이 아니라 그렇게 생긴 나무를 찾아내 자르고 다듬어 형상을 본떴다는 말이다. 실제 한 쌍이 조화를 이루는 솟대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적합한 나무를 발견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 경우도 있다. 솟대문화공간은 무료 관람이고, 솟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유료로 운영한다. 비용은 학생 1만2,000원, 일반 1만5,000원이다.

단양이 새로 보인다, 만천하스카이워크와 수양개빛터널

솟대문화공간에서 청풍호 물길 따라 달리면 도로는 옥순대교를 건너고, 옥순봉ㆍ구담봉 뒤편을 돌아 단양 단성면으로 이어진다. 단성면에서 다시 적성대교를 건너면 단양의 새 볼거리 수양개빛터널과 만천하스카이워크가 기다린다.

폐 터널을 이용한 단양 수양개빛터널.

수양개빛터널의 ‘비밀의 정원’. 해가 지고 나서 가야 본전 뽑는다.

LED 장미로 장식한 비밀의 정원.

자연 솔숲의 조명은 아무래도 나무에게 가혹해 보인다.

수양개빛터널은 일제강점기에 건설해 수십 년간 방치돼 있던 터널 내부를 미디어 파사드와 LED조명으로 꾸몄다. 환상적인 빛 터널을 통과하면 짧은 숲 산책로를 거쳐 5만 송이의 LED 장미로 장식한 ‘비밀의 정원’에 닿는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화려함으로 무장한 공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생사진’ 찍기 좋은 테마공원으로, 꼭 해질 무렵에 가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 공원의 모태는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이다. 2001년까지 적성면 수양개 지역에서 발굴한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한 공간이다. 전시관을 포함한 수양개빛터널 입장료는 9,000원.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며, 당일 입장권을 소지하면 언제든 재입장할 수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의 아찔한 돌출 전망대.

인증 사진 찍는 모습만 봐도 어질어질하다.

나선형 통로는 계단이 없어 휠체어를 탄 사람도 오를 수 있다.

남한강과 소백산을 배경으로 날아볼까.

빛터널에서 멀지않은 남한강변 언덕 꼭대기에 만천하스카이워크도 올해 개장했다. 이름처럼 단양읍내와 남한강 물줄기, 소백산 능선까지 사방으로 만천하가 다 보인다. 나선형 보행로를 따라 5층 높이의 전망타워 꼭대기에 오르면 3개의 돌출된 스카이워크가 기다린다. 짜릿함을 즐기는 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시설이다. 고강도 3중 유리라고 안전을 강조하지만, 200m 상공에서 강 위를 걷는 아찔함에 많은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주저한다. 주차장에서 전망타워까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제천ㆍ 단양=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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