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5.02 15:14
수정 : 2017.05.03 00:36

'동물 프렌들리' 잊지 않는 대통령을 바라며


등록 : 2017.05.02 15:14
수정 : 2017.05.03 00:36

[고은경의 반려배려]

고이 잠든 강아지를 안고 있는 문재인(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기견을 목욕 시키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준희 제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반려동물 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중순 ‘강아지 마약방석설’에 휩싸였다.

‘마약방석’은 부드럽고 폭신한 천과 솜을 사용해 강아지들이 한번 누우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책 발표장에서 문 후보에게 안긴 강아지가 너무도 편안히 잠들어 있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이 ‘30년째 마약방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반려동물 정책 ‘쓰담쓰담’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주말에는 동물보호단체 ‘카라’를 방문했다. 안 후보가 목욕을 시키는 동안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개의 사진이 반려인들 사이에 공유되며 웃음을 자아냈다. 따로 현장을 찾진 않았지만 다른 세 유력 후보들도 ‘동물 프렌들리’ 전략을 쓰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어린 시절 강아지와의 추억을 웹툰으로 제작해 SNS에 공유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SNS에 “우리 홍도 잘 놀았어요?”라며 백구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사진을 올렸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최근 대구 시장 유세 때 상인이 키우는 강아지를 정답게 쓰다듬고 갈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강아지와 어린 시절을 담은 웹툰(왼쪽)과 심 후보가 동물보호소를 찾아 안고 있는 모습. 정의당 페이스북 캡처, 정의당 제공.

19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유력 주자들은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대선은 반려인들에게 어느 때보다 반갑다. 모든 유력 후보들이 동물 복지 정책을 내놓은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한 정책 내기도 바쁜데 동물 정책까지 있겠냐고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동물 복지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걸 그만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다섯 후보가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전반적인 동물 복지에 대한 정책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11일 ▦동물보호법 ▦반려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에 걸쳐 24개의 질문을 보냈다. 질문 수가 많고 내용이 구체적인 것을 감안해 1주일 이내에 답변을 부탁했는데 기한을 맞춘 것은 두 후보였다. 결과적으로 다섯 후보의 답변 기간이 달라진 건 형평성에 어긋난 일이었지만 가능하다면 모든 후보들의 답변을 받아 제시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더 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SNS에 개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사진을 올렸다. 홍준표 후보 페이스북 캡처

다섯 후보 모두 비교적 꼼꼼하게 답변을 보내왔지만 일부 항목에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경우도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우리나라 민법에는 동물이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어 학대 처벌 수위가 그만큼 낮은데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할 의향에 대해 한 유력 후보는 아예 대답을 하지 않았고, 나머지 두 후보도 유보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해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던 ‘강아지 공장’ 근절을 위해서는 동물 판매업 개선과 점진적 금지가 필요한데 이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을 밝힌 후보는 없었다. 네 명의 후보는 대신 동물생산업 기준을 높이거나 판매업 교육 의무 등에 힘쓰겠다고 했다. 모호한 반출 규정 때문에 실험실 내에서 죽어가고 있는 실험동물을 위한 반출 규정에 대해선 모두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은 ‘실험동물지킴이법안’ 2종을 발의한 상황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의 강아지를 안고 있다. 바른정당 제공

유력 후보들의 동물 정책에 대해 환영하는 의견도 있지만 온라인 게시판을 보면 아직까지 ‘사람 정책이 먼저다’, ’이거 말고 지금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라는 의견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A 정책을 완성한 이후에 B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사람을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동물 복지도 중요하다. 18대 대통령은 유기견을 입양하겠다 해놓고 오히려 유기견을 만들었다. 19대 대통령은 누가 되든 동물들의 처우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겠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동물들이 말하는 동물대통령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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