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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논문 미숙아 혈액 뽑아 연구?” 온라인 괴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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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논문 미숙아 혈액 뽑아 연구?” 온라인 괴담 공방

입력
2019.08.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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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선 “가짜뉴스 심각” “팩트 맞다” 공방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 관련 의혹을 제기한 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당 글이 확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 관련 의혹을 제기한 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당 글이 확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조모(28)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두고 온라인에서 괴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최근 학부모들이 주로 가입하는 온라인 ‘맘카페’를 중심으로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에 관한 글이 퍼졌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저 논문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부모 동의 하에 미숙아의 혈액을 뽑아 2002년부터 연구한 논문”이라며 “그 부모들이 조씨 부정입학에 사용하라고 동의했을까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린 아기들의 병을 연구하기 위하여 엄청 공이 들어간 논문인데 조씨가 휴지조각 만들어버렸다. 정말 치가 떨리는 사건이다. 당장 조씨 구속하세요”라고 적었다.

조씨는 단국대 의대 A교수가 주관한 의과학연구소의 2주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인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분만 전후의 신생아들 가운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HIE)’이라는 병에 걸린 아기들의 혈액을 이용해 산모와 아기 유전자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글쓴이는 “뇌에 문제가 생긴 미숙아 37명과 뇌에 문제가 없는 54명의 미숙아를 비교 연구한 논문”이라며 “미숙아 아이들의 피를 채혈하여 실험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숙아 부모들로부터 좋은 연구에 기여한다고 생각해서 허락 받음. 국가 펀딩 받아 5~6년간 연구한 논문. 해외유명 논문지에 기고하려 했음. 국가 기금으로 몇 년을 연구하여 쓴 논문을 조국 딸을 위해 국내 학술지에 보냄” 등의 내용도 적었다. 논문 작성자들이 연구를 위해 미숙아를 대상으로 채혈해 실험을 했고 이 과정에서 미숙아 부모는 좋은 연구에 기여한다고 생각해 채혈을 허락했지만 결국 모든 건 조씨의 대학 입학을 위해 이용됐다는 주장이다. 이 글을 토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조국 딸 논문 아픈 미숙아 피 뽑아 연구”라는 내용의 글이 확산됐다.

이를 두고 누리꾼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먼저 “자료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나에***), “저 실험이 사실이라고 확신하면 증거 좀 가져와보라. 밑도 끝도 없이 이거 사실이다 하지 마시고”(요**) 등 자료의 신빙성을 지적하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어떤 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이신지? 저건 팩트다”(li****), “진짜 너무 하다. 조국 관련이라 무조건 쉴드 치면서 거짓이라 말하는 건가”(kh****) 등 옹호도 있었다.

글이 확산되자 한 누리꾼은 “현재 퍼지고 있는 괴담이다.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겉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사실에 대해 명쾌히 확인할 수 있는 글”이라며 과학기사전문저널 ‘더 사이언스 라이프’ 20일자 기사를 첨부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조씨가 제1저자로 표기된 논문이 고등학생 작성 수준이고,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 없이 등재비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과학계의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블로거 ITS Tours의 이정윤씨도 23일 ‘팩트체크: 조국 딸 논문은 미숙아의 혈액을 뽑아 연구한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반박 의견을 올렸다. 그는 “해당 논문을 살펴봤다”며 “여길 보면 먼저 ‘37 term or near-term newborn infants with moderate-to-severe perinatal HIE’라고 나와 있다. term은 만삭아다. near-term은 미숙아 중 매우 만삭에 가까운 ‘준 만삭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또한 밑에는 ‘The gestational age of the infants with HIE was > 36 weeks’라고 나와 있다”며 “HIE를 앓고 있는 신생아의 재태 연령은 36주를 초과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씨는 또 “만삭의 기준은 37주 이상, 42주 미만이므로, 병을 앓고 있던 참가자는 만삭이거나 만삭을 일주일 남기고 태어난 미숙아”라며 “그리고 ‘54 normal full-term newborn infants without any perinatal problems (control group)’라고 나와있는데 비교 대상 그룹으로서 임신 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신생아들은 full-term 즉 만삭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리하면, 이 연구에 참여한 대부분의 신생아는 만삭이고, 미숙아도 포함되어 있지만 일주일 지나면 만삭이 되는 경우”라며 “흔히 ‘미숙아’ 하면 떠오르는 6개월, 7개월만에 태어난 미숙아가 아니다. 즉 (SNS에 퍼진 논문 관련 글은) 대체로 거짓이라고 하겠다”고 주장했다.

단국대 측은 논문 관련 적법성을 따지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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