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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CD와 풍뎅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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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CD와 풍뎅이 등

입력
2006.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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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용량 저장 장치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콤팩트디스크(CD)의 뒷면을 햇빛이나 전등 밑에서 보면 무지개 색깔이 보이는 것을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형광등 빛은 분명 흰색인데, 프리즘도 아닌 CD가 어떻게 흰색 빛을 무지개 색깔로 나누는 것일까?

CD는 약 1.2㎜ 두께의 플라스틱 기판 위에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선형 홈이 파인 구조다. CD에 파인 홈의 넓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 분의 일에 불과한 0.5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정도이고 홈과 홈 사이의 간격은 약 1.6 마이크로미터이다. 홈의 총 길이는 무려 5.4㎞나 된다.

나선형 홈에는 높이가 다른 두 영역들이 번갈아 새겨져 있다. 이 두 영역은 각각 디지털 신호의 0과 1에 대응돼 CD가 디지털 신호를 저장하는 훌륭한 저장 장치로 각광받아 왔다.

예를 들어 노래를 녹음할 경우 우선 음성 신호가 아날로그-디지털 변환기를 통해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신호로 바뀌고, 이 신호가 CD에서 서로 다른 높이로 새겨진다. CD 플레이어로 노래를 재생하는 경우 플레이어 내에 들어 있는 소형 레이저의 빔이 홈의 높이에 따라 반사 각도가 달라져 0과 1을 구분해낸다.

이렇게 재생된 디지털 신호는 이번에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를 거쳐서 원래의 음성신호로 바뀐 후 증폭기를 거쳐서 스피커로 전달된다.

CD에 형성된 규칙적인 홈이 무지개 빛을 만들어 내는 현상은 빛이 바다의 파도와 같은 ‘파동(wave)’이라는 사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다 위에서 두 파도의 산과 산이 만나면 더 높은 산이 되고 산과 골이 만나면 상쇄된다는 사실(간섭)을 상기해 보자. 하나의 색깔, 가령 빨간색으로 이루어진 단색광이 CD에 들어가면 각 홈에서 반사된 빨간색 빛의 파도들이 우리 눈에 들어올 때 흡사 파도처럼 중첩된다.

이 때 CD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어떤 각도에서는 빛의 파도의 산들이 만나서 강한 빛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다른 각도에서는 빛의 파도의 산과 골이 중첩되어 어두워지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각도를 달리해서 CD를 쳐다보면 빨강색 빛의 강약이 반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색깔에 따라 파장(산과 골이 한 번씩 들어 있는 파도의 길이)이 틀리기 때문에 빛이 강해지는 각도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CD 표면에 무지개 색깔이 모두 섞여 있는 흰색 빛을 쪼여주게 되면 색깔 별로 조금씩 다른 각도로 분리되어 우리 눈에는 무지개 빛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CD처럼 유리나 플라스틱 위에 다이아몬드 바늘 등으로 일정한 간격의 홈을 새겨 놓은 광학 부품을 ‘회절격자’라고 부르는데 보통 빛을 색깔별, 파장별로 나눌 때 사용된다. 보통 1㎜에 2,000개의 홈이 새겨진다. 이 회절격자는 프리즘보다도 훨씬 정교하게 색깔별로 빛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빛을 분해해서 분석하는 분광학(分光學)의 표준 장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조개 껍질이나 곤충의 날개, 풍뎅이 껍질들도 많은 경우는 무지개 빛깔을 띈다. 이 껍질들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미세한 홈들이 규칙적으로 새겨져 있는 구조를 볼 수 있다. 이 홈들이 바로 CD의 홈처럼 햇빛을 무지개 빛깔로 나누는 것이다. 풍뎅이 껍질과 CD가 만들어 내는 무지개 빛이 동일한 물리적 원리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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