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네티컷주의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이 학교의 학생과 교사 26명이 사망했다. 이번 참사는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 조승희가 2007년 4월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사살한 사건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교내 총기 사건으로 기록됐다.
언론에 따르면 총기난사범 애덤 랜자(20)는 14일 오전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 난입해 총기를 무차별 난사했다. 랜자는 범행에 앞서 자택에서 어머니를 살해했으며 어머니 이름으로 등록된 권총 2정과 반자동 돌격소총 1정을 들고 학교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랜자의 어머니는 취미 차원에서 총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랜자의 범행으로 이 학교 학생 20명과 교장ㆍ교사 등 교직원 6명이 사망했다. 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랜자와 자택에서 사망한 그의 어머니를 포함하면 사망자는 총 28명이다. 랜자의 어머니가 샌디훅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일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발표와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랜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교에 무단으로 난입해 9시 36분부터 2분간 2개 학급에서 총기를 발사했다. 랜자는 가까운 거리에서 희생자를 향해 소총 두 발 이상을 난사했는데 이 때문에 다른 총기 사건과 달리 부상자는 한 사람만 발생한 반면 총격을 받은 피해자는 대부분 사망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랜자는 학생들을 향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범행 이유를 담은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랜자는 제너럴일렉트릭(GE) 자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 슬하에서 유복하게 자랐으며 이웃들도 평소 그에게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랜자는 외톨이처럼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는데 그의 형 라이언(24)은 랜자가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어머니가 학교에서 일하며 자신보다 학생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랜자가 학생들을 질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참사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애도 성명을 발표하며 “희생자 대부분이 다섯살에서 열살 사이의 어여쁜 어린이였다”고 말하던 순간 갑자기 눈물을 훔치고 수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들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애도를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밤 뉴타운에서 열린 추모 기도에 참석했는데 그가 총기 사고 참사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임기 중 네번째다.
한편 코네티컷 참사 당일인 14일 오클라호마주에서 18세 고교생이 학교에서 총기와 폭탄 등을 이용한 학살극을 모의하다 체포됐고 같은 날 네바다주 호텔에서는 한 남성이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던 여성을 사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5일에는 앨라배마주에서 한 남성이 병원에서 총기를 난사해 경찰관 등 3명이 부상하는 등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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