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Word Play (재미있는 말)
우리는 ‘의식주(衣食住)’라고 말하는데, 영어에서는 Food Shelter Clothing 순이어서 그대로 번역하면 ‘식주의’가 된다. 우리는 ‘동서남북’ 순으로 말하는데, 영어에서는 ‘북남동서’로 말하고 중국에서는 ‘동남서북’이라고 말한다.
영어의 ‘북남동서’ 어순은 두 개의 지축(axes)를 그리는 순서라는 주장이 있는데, 같은 서양권인 독일어에서는 Nord, Ost, Sud, West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북동남서’다. 가톨릭에서는 십자가의 방향 순서를 농담 삼아 ‘spectacles, testicles, wallet, watch’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안경-고환-지갑-손목시계’는 서양인 입장에서 ‘북남동서’ 순이다. 우리는 ‘동북 북서 남서 남동’ 식인데 반해 중국에서는 ‘동북 서북 서남 동남’ 순이고, 일본인들은 우리와 흡사하다. 또 한국인은 나침반 중심을 북쪽으로 보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남쪽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중국에 고대로부터 황하강을 끼고 남쪽이 온화하고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많아 궁궐과 집을 남향으로 지었고 북쪽은 춥고 음산하다는 의식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는가 하면, 태양의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방향 순으로 ‘동-남-서-북’이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마작 게임을 봐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도록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이러한 관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고전에 ‘동남서북상하’까지 6가지 방향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동서남북’과 ‘좌우상하 전후’ 등의 구분도 문화 따라 의식 따라 다를 수 있다.
한국인은 ‘동서남북’ ‘남북동서’인데 왜 영어에는 ‘북남동서’가 있느냐는 문제는 그 역사 배경과 문화 그리고 그로 인한 의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수의 참고 문헌을 보면 ‘north-south’가 일관되게 많고, east-west가 west-east보다 많아 영어식이 대세다. ‘동북아시아’ ‘극동’ 같은 표현도 대영제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에 영국 위치에서 봤을 때 한중일 동북아시아는 ‘머나먼 동쪽’(Far East)이었기 때문에 ‘Far East’ ‘North East Asia’식 어순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영어식 발상을 우리 환경에 적용하여 ‘남한과 북한’을 말할 때 ‘남북한’이나 ‘남북’ 대신 ‘북남한’, ‘북남 관계’처럼 말한다면 ‘저 놈 종북 아니면 빨갱이일 거야’ ‘북한이 사용하는 어순과 똑같지 않은가’라고 오해 받을 지도 모른다. 문화 따라 관습 따라 방향의 표기 순서가 다른 것은 여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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