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풍부한 상황, 뚜렷한 대외 악재도 없어
"조선·무역업종 주목할 만" 코스닥도 하향세 벗어날 듯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선지 보름 째. 올 들어 12차례나 2,000선을 돌파했지만 채 열흘을 버티지 못했던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만큼이나 이런 바닥 다지기 행보가 박스권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인이 끌고, 최경환이 밀고
코스피를 연일 끌어올리고 있는 동력은 11거래일 동안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기 전날인 15일부터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식만 1조8,789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내내 삼성전자 등 주요 국내 기업 실적 우려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올해 3월말까지 3조5,127억원을 내다팔았지만 4월(2조8017억원)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 신흥시장 가운데 한국주식(2조9,443억원)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외국인들의 분위기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정책적인 불안해소에 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 부총리가 취임 후 일관되게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고 세부 정책을 내놓으면서 외국인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올 3~6월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대부분이 중동계(2조1,860억원)였다는 점도 추가 매수여력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 하반기에는 중동계 외에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몰려들 여지가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닥은 언제?
올해 코스닥은 최근까지 강세장(연초 496.28→22일 564.94)을 보여왔다. 하지만 코스피가 연일 고점기록을 갈아치우는 요즘, 코스닥은 낙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가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9일에도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11.16포인트(2.02%) 내린 541.82에 마감했다. 이틀 연속 하락세다. 하지만 코스닥 약세는 최경환 경제팀이 들어선 이후 대형주가 주목 받으면서 발생한 수급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단기적으로 많이 오른 코스닥을 팔고 낙폭이 과도했던 코스피 대형주를 사들인 결과 코스닥이 하락한 것”이라며 “당분간 우량대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겠지만 코스탁의 중소형주 매력도 상당해 낙폭을 키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는 어떻게
매번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이지만 이번만은 다르다며 다음 달 코스피는 2,100선을 뚫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뚜렷한 대외 악재가 없는데다 정부의 배당이나 내수 진작책이 더 구체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기대에, 중국 경기 부양 모멘텀까지 높아지고 있어 코스피는 2,100선 돌파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상반기 박스권 장세 속에서도 유가증권시장에선 125개 정목이 신고가를 기록한 상황.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종목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2분기 때 실적 불확실성 우려를 털어내고 실적 개선이 이뤄진 조선과 무역, 건설, 철강, 전기ㆍ전자제품, 은행 등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3분기 전망도 밝아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이들 업종으로 순매수에 나설 전망”이라며 “속속들이 발표하는 2분기 실적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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