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안동 공장 'L하우스' 식약처 승인 받아 곧 제품 허가도
무균란 대신 포유동물 세포 이용 백신 생산 기간 절반으로 줄여
2009년처럼 세계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이 유행해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국내에 대량의 백신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북 안동시에 최근 구축된 SK케미칼 백신공장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내 첫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생산할 예정이다.
SK케미칼은 18일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적격 승인을 받았다”며 “6월 국내 처음으로 식약처에 신청한 세포배양 백신 제품 허가 절차가 완료되면 바로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포배양 백신 공장을 갖추고 제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는 제약사는 현재 세계적으로 노바티스와 박스터 둘뿐이다.
세포배양 백신은 말 그대로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개나 원숭이 같은 포유동물의 세포에 넣고 키우는 방식으로 만든다. 동물세포에서 영양분을 빨아먹고 자란 바이러스를 분리해 화학약품으로 독성을 줄인 게 바로 백신이다. 몸에 주입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기억하면 독성이 있는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물리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독감 백신은 동물세포 대신 낳은 지 10일 정도 된 무균란에서 바이러스를 키워 만들었다. 세포배양 백신에 비해 돈과 인력이 덜 들고 안정적인 수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균란을 준비해 백신을 만들기까지 약 6개월이 걸려는 탓에 독감 대유행 같은 위기상황 때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세포배양 백신은 그 기간의 절반 가량이면 생산이 가능하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안동 공장은 최대한 가동할 경우 1년에 약 1억5,000만도즈(1도즈=1회 투여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와 기술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프리카 에볼라와 중동 메르스 등 예상치 못했던 바이러스 전염병이 세계 곳곳에 나타나면서 긴급 상황에 대비한 각국의 백신 생산능력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SK케미칼은 “현재 연구 중인 폐렴과 대상포진, 장티푸스 백신 등도 개발이 완료되면 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백신 국산화는 물론 수출 확대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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