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한 건만으로도 선거법 위반 불구 "국정원 뚜렷한 계획 없었다" 판단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글로 인정된 인터넷 글ㆍ댓글 2,125건, 트윗ㆍ리트윗 11만3,621건의 내용은 여당 정책에 대한 지지, 야당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 여당 후보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 법원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뚜렷한 목적과 계획을 갖고 선거운동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인터넷 댓글과 트윗 글의 내용이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따져보지 않았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 임박해 국정원 안보5팀이 주도해 작성하거나 리트윗한 글에는 “문재인 대북관은 종북을 넘어서 간첩수준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확실히 대한민국 대표네~ 좌빨, 노빨, 종북, 친일잔당 절라쥐원 놈들은…” “문죄인은 고향(부산)이고 나발이고 다 버리고 전라디안 표 구걸하고 앉아있지” “종북세력들은 늘 ‘가면’을 쓰고 국민을 속인다. 문재인은 군복을 입고 국군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다. 문재인은 노빠와 그리고 정신 나간 386세대 결합체다” 등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내용이 담겼다.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술을 전혀 못 마시고 여종업원이 배석하는 술집 자체를 모른다…. 거짓말이다. 안철수는 술을 너무 마셔 간염이 도졌다는 기사가 있고, 룸살롱에도 자주 다녔다는 증언들이 즐비하다” 등 근거가 불확실한 인신공격이 상당수 있었다. 한 국정원 직원은 대선 2개월 전 대북제재 해제 관련 공약을 내 놓은 문재인 당시 후보를 겨냥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천안함 폭침 후 나온 5ㆍ24 대북제재 조치까지 해제하겠다고 한다. 국민은 어떤 후보가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수호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 눈 여겨 봐야”라는 비판글을 올렸다. 또 직원들은 모 커뮤니티에 올라 온 문 후보의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 공약에 대한 글에 “목 내놓고 금강산 관광 가기 싫다” “문재인, 김정일 믿고 금강산 관광 재개하겠다”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내용들은 검찰의 기소, 추가기소 과정에서 공개된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의 온라인 글로, 이중에는 법원이 인정한 증거에서 배제된 것들도 있을 수 있다. 법원은 검찰이 기소한 78만여건의 트윗ㆍ리트윗 중 11만건만 인정하면서도 어떤 것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일반인의 경우 인터넷에서 대선 후보를 근거 없이 비방한 글 하나만으로도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인정돼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사건의 핵심으로 판단하고 장기간 공을 들였던 온라인 글의 내용은 거들떠 보지 않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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