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질병통제예방센터 전망
WHO 발표 치사율 평균 70%, 알려진 50%보다 훨씬 높아
실험단계 치료제 투입에 속도
서아프리카에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최악의 경우 내년 초 14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에볼라 감염자의 치사율이 평균 70%라는 통계도 제시됐다. 국제사회의 대응 노력을 감안하지 않은 수치이긴 하지만 상황이 이대로 이어질 경우 수개월 내 100만명 가까이가 에볼라로 숨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 “에볼라를 통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1월쯤에는 서아프리카 에볼라 감염자가 55만명에서 최대 140만명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40만명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발병자수 5,864명에다 집계되지 않은 감염자 숫자가 실제로는 2.5배 가량 더 많아 2만명 정도 된다는 전제 위에서 지난 8월 집계된 자료 등에 근거해 에볼라 환자 한 명이 접촉한 사람 숫자와 감염률 등을 계산한 것이다. 감염자 1명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냐는 나라마다 다르다. 기니의 경우 평균 1.7명, 라이베리아는 1.8명, 시에라리온은 2명 정도다. 시에라리온 장례식장에서는 10여명이 한꺼번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었다.
감염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시간도 중요하다. 이 수치 역시 기니는 16일 이내, 라이베리아는 15~20일, 시에라리온은 30~40일 정도로 나라마다 달랐다. 또 감염자 연령층이 대부분 15~44세인 점도 영향을 미친다. 에볼라가 주로 발생한 서아프리카 3개국은 전체 인구에서 15~44세 연령층의 비율이 44% 정도로 절반에 못 미친다. 게다가 45세 이상 감염자나 설사,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일 경우 사망 확률은 더 높아진다.
다만 CDC의 추정에는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에볼라 대책이나 향후 보급될 에볼라 치료제의 효과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은 최근 서아프리카에 병력 3,000명을 파병하고, 라이베리아에 병상 100개를 갖춘 치료시설 17곳 신설 및 매주 현지 의료진 500명에 에볼라 대응법 교육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이미 시행 중인 조치도 고려하지 않아 140만 명이란 수치는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WHO 크리스토퍼 다이 전략실장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4일까지 4,057명이 감염됐고 그 중 70.8%가 숨진 것으로 나타나 에볼라 치사율이 당초 보고(50%) 보다 훨씬 높다”며 “에볼라가 이처럼 확산된 건 에볼라의 생물학적 특성보다는 (이동을 많이 하는)감염자들의 특성, 열악한 보건의료 시스템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신속히 상황을 통제하지 않으면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매주 수 천명이 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관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 치료제 투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지원사업을 벌이는 영국의 비정부기구 웰컴트러스트재단은 “실험단계 치료제를 처음으로 서아프리카에서 테스트 해볼 것”이라고 BBC가 이날 전했다. 에볼라 감염 미국인에게 사용해 효과를 봤던 ‘지맵’ 등도 테스트 치료제에 포함됐다. 치료제 시험은 앞으로 1~2주간 현장을 평가하고, WHO와 함께 어떤 치료제를 우선 사용할지 논의한 뒤 현지의 협조를 구해 진행될 예정이다. 옥스퍼드대 열대의약센터 피터 호비 박사는 “첫 시험은 이르면 11월 시작해 아주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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