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당·운동장·넓은 복도 등 효율성 따지는 민간 구미 안 맞아
공공기관 부지 매각은 지방이전계획에 쫓기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기본적으로 건물의 용적률이 낮고 대강당 등 일반 빌딩에선 볼 수 없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운영상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통합 5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중복 사옥 가운데 절반을 못 팔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난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해 탄생한 LH는 당시 양사가 전국 각 지역에 보유하고 있던 사옥 가운데 중복되는 14곳을 매각하기로 했다. 금융부채만 75조원에 달할 정도로 부실이 심각했던 터라 인력감축, 유휴부지 매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실을 줄여야 했고 그 연장선에서 중복 사옥 매각을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매각에 성공한 곳은 불과 7군데. 부산 개금ㆍ인천 구월ㆍ강원 원주ㆍ대전 둔산ㆍ광주 치평ㆍ대구 침산ㆍ경남 창원 등 나머지 7곳은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 이전을 앞둔 성남 오리ㆍ정자 사옥까지 포함하면 미매각 사옥 9곳의 총 면적(토지+건물)은 33만2,157㎡에 달하고 예정가도 7,872억원에 이른다.
매각을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공공기관 특성이 고스란히 담긴 건물 규모와 구조. LH 오리사옥의 경우 현재 용적률 허용치인 400%에 한참 못 미치는 120%로 지어졌는데, 통상 민간기업이 수익성 때문에 건축물을 용적률 상한까지 짓는 점을 고려하면 신축 후 들어설 건물에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방일수록 이 같은 양상은 뚜렷하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는다 해도 문제는 있다. 수백명이 모이는 대강당이나 운동장, 넓은 복도 등 공공기관 건물에서만 볼 수 있는 구조는 효율성을 첫째로 삼는 민간 입장에선 구미가 떨어지는 요인이다. 여기에 미매각 사옥 모두 업무시설용지로 묶여있어 애초부터 주거지나 상업시설로 이용이 제한되는 것도 매수자의 등을 돌리게 만든다. LH 관계자는 “미매각 사옥 모두 수 차례 공개입찰에 실패한 뒤 현재는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지만, 언제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세종=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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