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수사·기소권 불과 관철, 청와대 조사 막아 낼 안전장치 마련
새정치, 고육지책 한계 강조 속 "얻은 것 없는 굴욕 협상" 평가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 끝에 여야의 득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여당은 수사ㆍ기소권 불가라는 입장을 끝까지 지켜낸 데다 정부조직법 개정 등 법안 처리 약속까지 덤으로 얻어내는 실리를 챙긴 반면 야당은 1,2차에 이어 이번 합의안도 유족들에게 외면 당하면서 상처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협상 결과에 대한 여야 내부의 평가도 극히 대조적이다.
與 세월호 마지노선 지키고, 법안연계 소득도
여야의 최종 합의사항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결국 유족들의 수사ㆍ기소권 요구를 막아냈다. 새로 추가된 특검 추천위 구성 조항에서도 여야유가족 합의에서 유가족 참여를 ‘유보’해두면서 사실상 여야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다.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려운 인사는 배제한다는 조항을 못 박음으로써 유족과 야당 측의 편향된 인사가 들어올 여지를 원천 봉쇄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행적 등 청와대 조사 가능성을 막아 낼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 최대의 소득으로 보인다. “사법체계를 흔들 수 없다”거나 “입법권 훼손도 용납 안 된다” 등등 여당이 내세웠던 원칙을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남은 협상 국면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란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와 함께 세월호 법과 연계해 야당의 거센 반대가 예상되는 정부조직법 등 쟁점법안 처리의 ‘시한’까지 덤으로 얻어냈다. 물론 국정운영의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이 국회 파행을 장기간 방치했고, 그 과정에서 유족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협상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의에서 “유족들이 합의안을 수용하는 게 빠른 진상조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유족을 압박하면서 “경제활성화 및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느긋한 태도로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야당은 유족 외면에다 당내 갈등만 키워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 타결 직후 “고육지책”이라며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당 안팎의 평가는 사실상 “얻어낸 거 하나 없는 굴욕 협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내부에서조차 “세월호 협상이라는 수렁에서 벗어난 게 가장 큰 소득”이란 자조 섞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협상 전략에서부터 완벽하게 밀렸다. 이번 협상만 놓고 보더라도 야당은 먼저 절충안을 제시하고도, 유족을 테이블에 앉힐 수 없다며 협상 전권을 위임 받아 오라는 여당의 전략에 말려 유족 참여를 한 발짝 양보하는 되치기를 당했다. 때문에 유족들은 “믿었던 새정치가 배신했다”“새누리보다 새정치가 더 원망스럽다”는 등 격앙된 반응 일색이다.
당내에선 중진의원들까지 나서 비판에 나서며 또 다시 강경ㆍ온건파 간 갈등만 노출되는 상황이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야당판 참사’”라고 비판했고, 4선의 추미애 의원도 “속임수 정치에 낯을 들 수 없다”고 지도부의 결정을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협상과 국회 등원을 따로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새정치연합이 국회 등원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 같은데 성급함이 일을 그르쳤다. 세월호 협상을 분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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