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식 인기영합혁 안" "혁신위 자체를 혁신해야"
김무성·김문수 위상 타격 불가피… 일각선 봉합된 갈등 재연 전망도
새누리당이 11일 의원총회에서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을 추인을 시도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의원들의 ‘기득권 사수’에 정치개혁이 뒷걸음친다는 지적 속에 ‘보수혁신’을 기치로 당 대표 취임과 동시에 야심 차게 혁신위를 출범시킨 김무성 대표나 김 대표의 제안으로 혁신위 수장이 된 김문수 위원장의 당내 입지와 위상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총 시작과 함께 그간 혁신위에서 결정한 9개의 혁신안을 보고하며 동의를 구했지만 의원들은 혁신안 개별 내용은 물론 혁신위 활동 자체를 문제삼고 나왔다. 김 대표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먼저 “지금 혁신위는 보수혁신위가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 내려놓기 위원회”라고 일갈하며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보수혁신의 진정한 가치를 하나도 담지 못하고 마치 국회의원이 특권만 내려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포장한 백화점식 인기영합형 안”이라며 “이 같은 인기영합형 혁신안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혁신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와 가까운 박민식 의원도 “혁신위의 결과물은 화장발 바꾸고 액세서리 바꾸는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김 위원장을 엄호하는 의원들도 없지는 않았다. 김세연 의원 등 일부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을 하려면 원안을 채택하는 것이 맞다”고 혁신위를 두둔하고 나섰지만 거센 반발 기류에 묻히고 말았다.
논란 끝에 이날 혁신안에 대한 추인은 물 건너갔다. 안형환 혁신위 간사는 “오늘 논의는 그간 활동을 보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의총 논의를 바탕으로 혁신위에서 추가로 논의해서 입법할 것은 입법화하는 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표면화됨에 따라 일부 혁신안이 후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혁신안이 당초 예상보다 큰 반발에 부딪히면서 혁신위 산파 역할을 한 김 대표와 김 위원장도 적잖은 내상을 입게 됐다. 김 대표나 김 위원장 모두 내심으로는 혁신위를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하겠다는 포석도 깔았던 만큼 이대로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리더십 문제가 부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경우 전날 일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의를 얻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 입지가 극도로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봉합돼 있던 김 대표와 김 위원장간 갈등과 불화도 조금씩 표면화하고 있다. 당장 이날 의총 이후 국가디자인연구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김 대표와 함께 참석한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경우 집단 지도체제를 하는데 김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된다”면서 “앞으로는 대통령에 출마할 사람은 당직을 주요당직을 맡아선 안 된다고 본다”고 사실상 김 대표를 겨냥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날 의총에서 혁신안 반발에 김 대표 측근들이 주로 나선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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