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 말할 것도 없고, 중ㆍ장거리 한국 육상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대회다.”(황영조ㆍ44)
“육상 사관학교와 같은 대회다. 기록이 나오든 안 나오든, 버릴게 하나도 없는 대회다.”(이봉주ㆍ44)
한국 남자 마라톤의 ‘얼굴’ 황영조와 이봉주가 경부역전마라톤을 두고 후배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다. 이들은 제60회 경부역전마라톤 출발총성이 울리기 이틀 전 14일, 기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60년을 이어온 대회에 이름 석자를 올렸다고 생각하니 가슴 뭉클하다”며 “올림픽에서 금, 은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밑거름이 돼 준 대회”라고 입을 모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손에 넣은 황영조는 1988년 제34회 경부역전마라톤에 첫 출전했다. 그는 그 해 우수신인상을, 1990년 36회 대회 때는 최우수선수상(MVP)을 품에 안았다. 특히 올림픽 금메달 이듬해 1993년 39회 대회 때도 강원 대표로 출전해 MVP를 따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봉주 역시 36회 대회에 첫 출전하자마자 최우수 신인상을, 39회 대회 때는 우수선수상, 1994년 40회 대회 때는 MVP에 올랐다. 이봉주는 이후 2001년 47회 대회 때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출전해 다시 한번 MVP를 차지했다. 이봉주는 특히 이보다 1년 앞선 2000년 2월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7분20초 한국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기록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마라톤과 활발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황영조는 2000년부터 15년째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으로 후진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봉주도 마라톤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마스터스 대회 주최측에서 ‘함께 달리고 싶은 스타’ 1위로 꼽힐 만큼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각종 TV프로그램 마라톤관련 단골 출연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마라톤을 즐기는 마스터스 인구가 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엘리트 마라토너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황영조와 이봉주는 “경부역전마라톤을 통해 다시 한번 숨은 진주를 발굴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호령하는 한국 마라톤을 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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