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25ㆍ삼성전자)은 지난 9일 2014 중앙 서울국제마라톤을 뛰다가 중도포기했다. 30㎞ 지점을 통과하던 순간, 두 발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두 달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9월 중순 인천아시안게임(5,000mㆍ1만m), 10월 초 인천 송도 국제마라톤 하프 코스, 같은 달 중순 전국체전(1만m), 곧바로 이어진 중앙 서울국제마라톤까지 쉬지 않고 내달렸다.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는 다가오고 있었지만, 김민의 몸 상태는 나아질 줄 몰랐다. 전남팀 소속으로 이름은 올렸지만, 오히려 팀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던 중 김후진(48) 전남 감독이 김민을 붙잡고 한 마디 내뱉었다. “우리 성적에 신경 쓰지 말자. 그냥 편하게 뛰자. 편하게.”
김민이 16일 대회 첫 날 부산~밀양 대구간 중 7소구간(수산~상남 10.3㎞)을 31분29초 만에 통과하며 구간 신기록을 작성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경부역전마라톤에 얼굴을 내민 그는 4년 전 권재우(충북)가 세운 이 구간 최고 기록(31분41초)를 12초나 앞당겼다. 유문종(57) 대회 심판장은 “10초 이상을 단축한 건 엄청난 일이다. 걱정과 달리 김민이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고 말했다.
전남체고-건국대를 나온 김민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육상을 시작한 늦깎이 출신이다. 하지만 지구력이 좋은 데다 대학시절 황규훈(삼성전자 육상단 감독) 사단의 지휘하에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그는 “건국대를 다니면서 달리기에 조금씩 눈을 떴다. 기록이 좋아진 것도 이 때부터”라며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실업팀도 같은 백승호(24ㆍ삼성전자)와 힘을 모아 전남의 우승을 이끄는 게 이번 대회 목표”라고 말했다.
6년째 경부역전마라톤에 이름을 올린 김민은 이어 “대회 첫 날 7소구간을 뛰어본 게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님의 말씀처럼 부담 없이 뛴다는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처음부터 몸이 너무 가벼워 신이 나서 뛰었다. 마지막 1㎞에서 좀 더 힘을 더 냈으면 기록을 더 줄일 수 있었는데,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웃었다.
밀양=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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