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회가 바로 경부역전마라톤입니다.”
역시 백승호(24ㆍ삼성전자)다. 썩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소구간 신기록을 세우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백승호는 20일 경부역전마라톤 대전~천안 대구간 중 유성~대평리(10.8㎞) 제2소구간 주자로 나와 31분51초 만에 골인했다. 2년 전 김영진(32분01초ㆍ경기)이 세운 기록을 10초 앞당겼다. 이날 충북 류지산(27ㆍ청주시청)도 31분56초로 김영진 보다 빨랐지만, 백승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전남 완도 출신의 백승호는 5,000m 한국 기록(13분42초98) 보유자다. 목포공고 시절 육상에 입문해 2010년 일본 그랑프리대회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고교시절 김후진(48) 현 전남 감독, 건국대-삼성전자에서는 황규훈(61)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에게 지도를 받으면서 달리기에 눈을 떴다. 백승호는 애향심도 강해 고교 2학년 때부터 꾸준히 경부역전마라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실 이번 대회에 앞서서는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본인이 “컨디션이 나쁘다는 건 모두 핑계일 뿐”이라고 말하기를 꺼려했지만, 첫 날 백승호의 레이스를 본 전문가들은 “확실히 몸이 무거워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날까지 내달린 4개의 소구간에서 모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더니 기어코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어린 선수들, 선배들에게 자극을 받았다”는 그의 말이다.
백승호는 “경부역전마라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회다. 각 시ㆍ도 선수들과 함께 달리며 많은 것을 배운다”며 “고교생 중 정말 잘 뛰는 선수가 많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나 때는 선배들 보다 앞서 달리는 등 정말 겁 없이 과감한 플레이를 했다. 요즘 선수들은 무조건 뒤따라 달리려고만 해 아쉽기도 하다”면서 “이제 마지막 한 구간을 남겨 놓고 있다. 꼭 1위로 통과해 올해도 최우수선수(MVP)상을 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타고난 재능에다 성실한 자세까지 갖춘 백승호는 지난해 사상 첫 MVP 3연패로 황영조, 이봉주도 찍지 못한 발자국을 남겼다.
천안=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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