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11월 14일 출발 총성을 울린 경부역전마라톤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대구간 레이스가 취소됐다. 11월 28일 대회 닷새째 대전~천안(77.9㎞) 코스를 건너 뛴 것이다. 새벽까지 내린 눈 때문이었다. 임상규(57) 대회 경기위원장은 “새벽 5시께 전 코스를 사전 답사했더니 대전~천안 국도 전체가 빙판길이었다”며 “레이스를 시작하더라도 눈이 녹기 시작하면 눈 뭉치들이 코스로 밀려들어 선수들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다행히 환갑을 맞이한 제60회 경부역전마라톤은 첫째 날(16일)부터 엿새째(21일)까지 동장군을 만나지 않았다. 22일 비 예보가 있긴 하지만, 그간 비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유문종(56) 심판장은 “예년보다 일주일 먼저 대회를 시작한 만큼 날씨가 좋다. 최적의 조건에서 선수들이 뛰고 있다”며 “너무 추우면 땀이 나지 않아 신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데, 올해는 날씨가 쾌청해 좋은 기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회 사흘째 대구~김천, 나흘째 김천~대전 구간을 제외하면 매일 신기록이 쏟아졌다. 신현수(23ㆍ한국전력) 손명준(20ㆍ건국대) 김성은(25ㆍ삼성전자ㆍ이상 충북) 백승호(24ㆍ삼성전자) 김민(25ㆍ삼성전자ㆍ이상 전남) 등이 쟁쟁한 선배들이 남긴 기록보다 10초 이상 빨리 골인했다. 이날까지 무려 10개의 신기록이 쏟아졌다. 작년까지는 선수들이 민소매 상의, 짧은 팬츠만 입고 영하 10도의 기온을 견뎌야 했다.
한국 장거리의 간판 백승호 선수는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날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 레이스가 시작되니 딱 뛰기 좋은 기온에 적당한 바람까지 불어줘 신기록이 속출하고 있다”고 반겼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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