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구간 1위·2개 구간 신기록...난코스 도맡아 충북 1위 이끌어
‘손명준(20ㆍ건국대)이냐, 백승호(24ㆍ삼성전자)냐.’
22일 오후 1시였다. 제60회 경부역전마라톤의 최종 골인지점 통일촌이 다가오자 경기 임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최우수선수(MVP)상을 놓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2파전이었다. 충북 손명준과 전남 백승호 중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 출전 선수 중 유이하게 5개 소구간에서 모두 1위에 오른 2명, 나란히 2개의 신기록까지 작성한 손명준, 백승호를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간발의 차이로 손명준이 MVP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MVP를 독식한 백승호는 “대회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비교적 평탄한 코스를 달렸다”는 평가와 함께 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유문종(56) 심판장은 “대회 엿새째 백승호가 오산~병점(11.2㎞) 소구간에서 종전 기록(33분29초)을 무려 47초 앞당기는 32분42초의 괴력을 선보였지만, 손명준이 꾸준히 ‘난코스’를 도맡아 충북의 1위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빈혈 증세로 대회에 불참한 손명준은 이번에 소화한 코스 길이가 전체 1위다. 첫째 날 주례~대저동(10.2㎞)을 시작으로 ‘악마의 코스’라 불린 남성현~남천(9.3㎞), 왜관~약목(10.3㎞), 가장 긴 대전~유성(13.3㎞), 성환~평택(10.4㎞) 등 총 53.5㎞를 달렸다. 충북 코칭스태프는 “에이스니까, 손명준에게 중책을 맡겼다”며 “본인이 몸 관리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생애 처음으로 경부역전마라톤 MVP에 뽑힌 손명준은 “솔직히 개인 타이틀에는 욕심이 없었다. 충북 9연패에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마라톤 풀코스에서도 좋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승호 선배의 기록에는 아직 부족하다. 5,000m, 1만m에서도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경부역전마라톤을 끝으로 올해 모든 대회를 마쳤으니 일단은 푹 쉬고 싶다”고 웃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