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류층의 여성편력 등 풍자, 美 토크쇼 진행자 평양서 암살 기도
김정은 탐욕스런 지도자로 묘사돼 불길에 휩싸여 최후 맞아 파문
김정은 암살을 다룬 코미디영화 ‘더 인터뷰(The Interview)’가 국제 사이버전까지 부른 끝에 결국 예정대로 25일 미국에서 개봉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북한은 발끈했고, 미국은 이에 지지 않고 개봉을 강행한 걸까.
제작사인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소니픽처스)가 최근 공개한 예고편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화는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 데이브(제임스 프랑코)에게 북한 당국이 전화를 걸어 “김정은이 인터뷰를 원한다”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된다. 이를 안 미 중앙정보국(CIA)은 데이브와 프로듀서를 직접 찾아와 ‘김정은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하고, 두 사람은 독약밴드 사용법 등을 배운 뒤 사실상 ‘암살자’가 돼 평양으로 출발한다.
김정은은 두 주인공을 만나 강아지를 선물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선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우스꽝스럽고 탐욕스러운 지도자로 묘사된다.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선물했다며 김정은이 소개한 탱크 속에서 데이브가 스위치를 조작하자 미국 팝 가수 케이티 페리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과 술 파티를 벌이는 장면도 나온다. 미국을 최대 적으로 여기면서도 할리우드나 팝송 등 미국 대중문화에 심취하고, 기쁨조 등 여성 편력이 심한 북한 상류층을 풍자하려는 의도다. 주인공들을 안내하는 북한군 인사가 “김정은 장군은 항문이 없어 변을 볼 필요가 없다” “김정은은 돌고래와 대화도 한다”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압권은 두 주인공이 계획한 대로 김 위원장을 암살하는 대목이다. 탱크를 탄 주인공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있는 김정은을 향해 포를 발사하고, 김정은은 불길에 휩싸여 최후를 맞는다. 메가폰을 잡은 세스 로건은 미국 연예지 롤링스톤과 인터뷰에서 “독재자 소재 코디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잘 되면 북한 자유화에 일조하고 잘못되면 핵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니픽처스가 개봉 결정을 내리자 로건은 트위터에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표현의)자유가 승리했다”며 “소니픽처스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영화 주연 배우 블랑코도 “VICTORY(승리)!!!”라고 반겼다.
‘인터뷰’를 상영하는 독립영화관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 시네마 극장 체인들에는 매진사례가 이어졌다. 텍사스주 오스틴을 본거지로 한 이 극장 체인은 댈러스ㆍ포트워스, 샌안토니오, 휴스턴 등 텍사스주 주요 도시 8곳과 콜로라도주 덴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뉴욕주 용커스 등에서도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댈러스ㆍ포트워스 광역 도시권에 속한 리처드슨시의 분관은 성탄절 당일 오후 2시 20분 첫 회를 비롯해 오후 7시 55분, 오후 10시 15분, 오후 11시 55분, 26일 0시 20분 등 편성한 5회 표가 모두 팔렸다. 26일 오후 4개 시간대도 매진됐다. 오스틴의 4개 개봉관도 비슷하게 매진 상태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의 2개 개봉관도 편성한 세 편 시간대 표를 모두 팔았다. 버지니아주 애쉬번과 덴버 개봉관의 표도 동났다.
하지만 경찰 당국과 극장측의 테러 우려는 여전하다. 애틀랜타 경찰은 “만일의 위협에 대비해 영화관 위치를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영화관들이 개별적으로 보안회사나 비번인 경찰관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