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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vs 이성태, 이번엔 비망록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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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vs 이성태, 이번엔 비망록 설전

입력
2015.01.0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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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한은은 외환시장의 차르… 하루 환율 20.9원 폭락" 회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팀 수장과 한국은행 총재로 대립각을 세웠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전 한은 총재가 5일 강 전 장관의 비망록 출간을 계기로 다시 한번 서로에게 칼끝을 겨눴다. “한은은 외환시장의 차르(군주)”라는 강 전 장관의 직격탄에 이 전 총재는 “정부가 언제 환율을 중앙은행에 위임한 적 있느냐”고 맞받아쳤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출간한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에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대응 과정에서 한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책에서 “한은은 외환시장의 차르”라고 비판한 뒤 “2008년 당시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250원을 넘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이 전 총재가 한 포럼에 나가 적정환율을 970~980원이라고 발언해 하루에만 환율을 20.9원 떨어뜨렸다”고 회고했다. 강 전 장관은 “평시에는 몰라도 위기를 앞두고 환율을 중앙은행에 위임해서는 안 되고 더구나 시장에 맡겨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늘 환율에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말해 왔고 한은은 그렇지 않다고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재는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조성해 외환을 한은에 예치해 둔다”며 “정부도 일정 선에서 환율을 관리할 수 있는데 한은의 발권력을 통한 외환까지 자기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법에 정해진 선을 넘어서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한은을 설득할 수는 있지만 명령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며 “자신이 바라는 만큼 안 된 것을 두고 왜 한은에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두 사람은 당시 금리 정책을 두고도 충돌했다. 강 전 장관은 책에서 “2008년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대폭(0.75%포인트) 인하할 때도 ‘1%포인트 인하가 좋겠다. 내 판단대로 하는 게 좋을 거다’라고 이 전 총재에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총재는 “당시 한은의 적극적인 금리 대응을 논의하는 대통령 주재 긴급 청와대 회의는 있었지만 강 전 장관이 개인적으로 특정 수치를 언급하며 내게 금리 인하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며 “마치 혼자서 모든 걸 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재는 강 전 장관의 책에 대해서도 “한 정부의 정책은 책임을 맡은 기관에서 실행됐으면 그 안에 다 공과가 섞여 있는 것”이라며 “뒤늦게 ‘이건 사실 내가 시킨 일’, ‘저건 그 기관이 잘못한 것’ 등으로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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