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출신 초등 동창 대학생 4명
도시 반딧불 프로젝트로
SK '100만원 아이디어' 대상
“친환경적이면서도 적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 등에 대해 고민하다 태양광이 떠올랐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길이 얼어붙기 쉬운데 우리 손으로 만든 태양광 등이 달동네 골목길을 밝고 안전하게 밝혀주니 신기할 따름이죠.”
‘태양광’ 하면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수천억원씩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우선 떠오르면서 일반인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5일 만난 이상현(부산대 27), 송재우(경북대 27), 공병혁(울산대 26), 권오현(연세대 26) 씨 등 4명의 청년들은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해 나가는 ‘생활형 태양광’을 실현했다.
울산 남부초등학교 동창생들인 이들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개최한 ‘세상을 바꾸는 100만원의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도시 반딧불 프로젝트’ 팀으로 참가, 태양광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보안등으로 대상을 탔다.
지난해 여름 “동창들끼리 좋은 일 해보자”는 권씨의 제안으로 모일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한다. 권씨는 “도심 곳곳의 고지대 마을은 재개발, 재건축도 어렵고 불편함 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런 동네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을 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인천 서울 경기 부산 대구 등의 달동네 십여 곳을 찾아 다니면서 마을 주민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묻고 살폈다. 공씨는 “얼마나 어두운지 체험하기 위해 주로 밤에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바람에 수상한 사람이란 오해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좁은 골목에는 키 큰 보통 가로등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걸 파악한 반딧불팀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야광페인트 칠하거나 형광테이프를 붙이는 쪽을 검토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별로 밝지가 않아 접어야 했다. 반딧불팀은 고민 끝에 SK이노베이션이 멘토로 소개해 준 ‘땅콩집 건축가’ 이현욱 좋은집연구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권씨는 “이 소장은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좋겠다고 조언해주셨다”며 “이를 받아드려 재활용 우유팩에 태양광 셀과 전구를 집어넣어 등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한 번 벽을 마주해야 했다. 이씨는 “감광센서, 태양광 셀, 충전기 등 부품을 구하기 위해 서울 전자상가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구할 수가 없었다”며 “초중고교 실험 시간에 쓰는 태양광 등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중국산 태양광 셀을 사용해 장시간 사용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반딧불팀은 수소문 끝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등을 만드는 경기 고양시의 중소기업을 찾아내 성능이 좋은 태양광 셀과 LED등을 특별 주문했고, 이를 우유팩에 집어넣어 태양광 보안등 ‘반딧불’을 완성했다. 그리고 달동네들을 찾아 설치하고 수정을 거친 끝에 온라인 투표와 전문위원 심사를 합한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1월 직원, 자원봉사자,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종로구 마을생태계 지원단 관계자들과 함께 태양광 등을 시범 설치한 종로구 교남동의 기명자 동장은 “전기 값 나오면 누가 내느냐며 꺼리시던 노인들이 낮에 햇빛 모았다가 밤에 불을 킨다고 설명하자 그 때야 겨울에 넘어질 염려가 없어졌다며 좋아하셨다”며 “등불 밑을 지날 때 저절로 불이 켜지는 반딧불에 즐거워하는 아이들 보면서 등을 설치한 젊은이들 대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딧불팀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공씨는 “겨울에 태양광 셀 표면에 얼음이 덮이면 햇빛을 흡수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친구들과 이런 문제를 해결한 더 좋은 반딧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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