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지역 민심 듣고 온 의원들 "당장 내가 재선될 수 있을지 걱정"
명절 전후 여론 '장터 효과' 주목, 새누리 지지 34.7% 새정치 33.8%
“당장 내가 (재선이) 걱정된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한 여당 의원에게 지역민심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다른 곳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의 초선의원이다. 이 농반진반의 말 속에는 요즘 새누리당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녹아 있다. 전통적 텃밭인 대구ㆍ경북(TK)까지 파고들기 시작한 민심이반 때문이다.
이 의원은 “대구는 늘 ‘우리 박 대통령 잘한다’는 말이 대세였는데, 요즘은 ‘박 대통령이 한 게 뭐가 있느냐’는 얘기가 더 많이 들린다”고 했다. TK의 한 중진의원도 “대구조차 여론이 나빠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에서 비롯된 불통인사 논란에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파동,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혼란 등 정책 혼선까지 겹쳐진 결과다.
이한성 의원(문경ㆍ예천)은 “박 대통령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온 지역인데 요즘은 ‘대통령이 인사에 대한 비판을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도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파동 등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정책들 때문에 불만이 쌓인 것”이라고 말했다.
TK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선물한 곳이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의 핵심기반이었다. 그런 TK지역 의원들이 민심의 변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건 여권 입장에서 볼 때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 같은 조짐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나타났다. 대구방송(TBC)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TK지역 성인 1,800명과 여론 주도층 262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처음으로 50% 아래(49.5%)로 떨어졌고, 그 이후로는 지지율이 하락했으면 하락했지 오를 일이 없었다는 게 의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치권이 특히 명절 민심에 민감한 건 파급력 때문이다. 명절 연휴는 여론이 반전되거나 더욱 악화하는 계기가 되곤 했다. 2006년 추석 연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박 대통령과의 격차를 벌이기 시작한 분기점이었고, 2010년 설 연휴는 세종시 수정안 반대여론이 급증하는 시발점이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정치 현안과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민심이 한 데 융합되면서 명절 전후로 여론의 추세가 바뀌는 ‘장터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는 이완구 국무총리 인사청문 파동과 소폭 개각이 있었다. 여권 입장에선 설 민심이 어떻게 형성됐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미 연휴 첫 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34.7%)은 새정치민주연합(33.8%)에 거의 따라잡힌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민심의 변화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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