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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행동장애 셋 중 둘은 10~3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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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행동장애 셋 중 둘은 10~30대

입력
2015.03.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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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환자가 여성의 두 배 넘어, 20대 비중은 28% 달하고

20대 男 5년간 꾸준히 증가, 취업난·가족해체로 현실에 부적응

서울소재 명문대에 재학중인 남학생 A(25)씨는 2년 전부터 자신의 성격에 이상이 있다는 점을 느꼈다. 술에 취하면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를 부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방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생활을 하다가는 학교도 끝마치지 못할 거란 걱정에 A씨는 지난해 치료를 결심했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을까 두려워 병원도 가지 못하고, 가족들에게도 숨긴 채 학교 내 상담센터를 찾았다.

A씨처럼 성격에서 문제가 나타나는 ‘인격 및 행동 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 3명 중 2명이 10~30대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남성 비율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인격 및 행동의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1만 3,028명 중 10~30대가 63.7%를 차지했다. 20대가 28.0%(3,841명), 30대가 18.4%(2,519명), 10대가 17.3%(2,366명)였다.

진료 인원은 2010년 1만3,667명, 2012년 1만4,050명 등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남성 환자(지난해 8,935명)가 여성(4,093명)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특히 20대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졌다. 5년 전 20대 남성 진료인원은 2,455명이었지만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2,771명을 기록했다. 전체인원 중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지난해 21.2%로 늘었다.

인격 및 행동 장애에는 ‘인격장애’와 ‘습관 및 충동 장애’, ‘성주체성 장애’ 등이 포함된다. 지나친 의심이나 냉담함, 공격성 등을 보이는 인격장애가 진료인원의 42.8%에 달했고, 명백한 이성적 동기가 없이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습관 및 충동 장애 진료인원도 42.0%로 많았다. 특히 습관 및 충동장애는 병적 도박, 도벽, 방화 등의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습관 및 충동장애 진료인원은 5년 전에 비해 7%포인트(700명) 가량 늘었는데 증가한 인원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전문가들은 가족 해체와 취업난으로 인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인격장애를 겪는 A씨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교 성적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았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ㆍ조울증 등 특정한 정신질환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성격적인 문제로 현실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청년층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인격장애는 한 번의 충격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걸쳐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가족이나 학교에서의 경험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대개 인격장애는 이성문제나 사회 초기 적응 시기에 가장 문제가 되는데, 실제로도 이 시기를 겪고 있는 20~30대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실제 현장에서 느끼기에도 20~30대 연령대에서 인터넷과 도박 중독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엽총 난사 사건 등으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간헐성 폭발성 장애도 습관 및 충동장애의 일부로 분류돼 인격 및 행동 장애를 겪는 환자가 늘어나면 사회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에서 우발적인 범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0%에서 2013년 33.8%로 늘었고, 우발적 폭행 등 폭력범죄도 같은 기간 38.6%에서 44.1%까지 증가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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