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 사건 특수부로 재배당, '정치권發' 사정에 무게감 더해
뒤늦게 前 정권 비리 의혹 파헤쳐, 朴정부 부진한 지지율 반등 의도
친이계 "위기 때마다 정치적 계산, 당내 불협화음으로 결국 부메랑"
검찰이 13일 본격 수사에 나선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은 외견상 전형적인 대기업 비리 에 속한다. 하지만 역대 포스코 수사가 그랬듯이 이번 수사는 이전 정부인 이명박(MB)정부 비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검찰이 일반 형사사건을 다루는 부서에서 특수부로 재배당한 해외 자원외교 사건의 경우 MB정부의 대표적 비리 의혹으로 꼽힌다. 결국 이번 검찰 수사는 MB정부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집권 3년 차인 박근혜정부가 뒤늦게 전 정권 사정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의 이번 수사가 ‘정치권 발(發)’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이완구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포스코건설 의혹과 관련해 “비리 및 횡령이 있을 경우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2일 총리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에서는 아예 이 사건과 해외자원개발 비리, 방위산업 비리 등을 직접 거론하며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부정부패와의 전쟁이 선언된 다음 날인 13일 검찰이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검찰은 “언론 보도나 총리의 발언이 없었다 해도 포스코건설 수사는 조만간 진행됐을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포스코에 대한 수사 착수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진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MB정부가 추진했던 해외 자원외교의 실패 논란에 대한 고강도 수사 역시 정치권과의 교감이 있었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역대 정권들은 집권 초기에 이전 정부의 비리 의혹들을 수사하는 게 관행이었다. 정권의 힘이 가장 센 집권 초에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반발도 적고, 또 원하는 개혁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때인 대북송금 특검, MB정부 시절의 박연차 게이트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임기 중반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왜 지금 전 정권을 조준한 수사에 나섰는지를 놓고 구구한 설명과 해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30% 초반에 머물러 있는 현 정부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로 보고 있다. 전임 정부의 비리 의혹을 들춰내 ‘정치적인 반사이익’을 누리고, 국정동력 을 회복하는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란 시선이다. 한 친이계 인사는 “4대강 감사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위기 때마다 정치공학적 수만 부리면 정부의 핵심 과제 추진도 어려울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여당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생겨 결국에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특히 MB정부의 역점사업이던 해외 자원개발을 이 총리가 공개적으로 ‘부정부패’의 상징인 것처럼 언급하고, 검찰도 특수부를 가동해 수사하는 것을 두고 MB측 인사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해외 자원확보는 어느 정부이든 역점 과제일 수밖에 없고 검증에도 시간이 걸리는데, 이렇게 몰아붙이는 건 그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수사의 최종 ‘타깃’을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한 곳은 포스코건설이지만,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수사망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 정부에서 대표적인 ‘MB맨’으로 분류된 정준양 전 회장(2009년 2월~2014년 4월 재임)의 비리 연루를 살펴볼 수밖에 없고, 결국 MB정권 핵심부를 향해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자원외교 수사의 경우 MB정부는 물론 현 정부 인사들에게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MB정부에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자원외교를 지휘했고, 윤상직 산업부 장관 또한 당시 지경부에서 자원개발정책관을 지낸 뒤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해당 업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자원외교 사건은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관련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고발(1조3,300여억원 손실) ▦자메이카 전력공사 지분투자 관련 이길구 전 한국동서발전 사장 고발(800억원대 배임) ▦석유공사ㆍ한국가스공사ㆍ광물자원공사 전ㆍ현직 경영진 및 당시 정책 책임자 고발 등 모두 3건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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