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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SK C&C 전격 합병, '옥상옥' 지배구조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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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SK C&C 전격 합병, '옥상옥' 지배구조 무너뜨린다

입력
2015.04.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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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식회사 8월 1일 출범 예정

오너 일가가 지분 30.9% 보유

경영구조 단순화로 신속한 의사결정

주력 계열사들 실적 부진 해소 전망

일감 몰아주기 비판 희석 잇점도

지주사인 SK(주)와 SK C&C가 20일 합병을 발표한 가운데 한 시민이 서울 서린동 SK그룹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8월1일 예정인 합병이 완료되면 최태원 SK 회장의 그룹 지배권은 더욱 공고해 질 전망이다. 왕태석기자kingwang@hk.co.kr
지주사인 SK(주)와 SK C&C가 20일 합병을 발표한 가운데 한 시민이 서울 서린동 SK그룹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8월1일 예정인 합병이 완료되면 최태원 SK 회장의 그룹 지배권은 더욱 공고해 질 전망이다. 왕태석기자kingwang@hk.co.kr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합병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 SK C&C㈜와 지주사인 SK㈜가 드디어 하나로 합친다.(본보 2014년 9월2일자 8면 보도)

그룹의 전산업무 등을 총괄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인 SK C&C㈜와 SK㈜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하고 통합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병은 SK C&C 1주당 SK㈜ 0.74주 비율로 이뤄지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그러나 사명은 SK 브랜드의 상징성 및 그룹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SK주식회사로 결정했다. 일정은 6월26일 양 사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1일 합병이 이뤄진다.

이번 합병의 가장 큰 의미는 SK그룹이 진정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 점이다. SK는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됐지만 SK㈜를 SK C&C가 지배하면서 지주사 위에 또 다른 지배회사가 있는 ‘옥상옥’ 형태의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SK C&C는 SK㈜의 지분 31.8%를 갖고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는 ‘무늬만 지주회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은 정작 지주사인 SK㈜의 지분을 0.02% 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32.9% 지분을 갖고 있는 SK C&C를 통해 지주사와 그룹 전체를 지배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지분이 없는 최 회장이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물론이고 SK㈜에서 계열사들에게 받은 브랜드 사용료 등의 수익을 대주주인 최 회장이 손쉽게 취득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SI업체인 SK C&C가 계열사의 전산업무 등을 처리하면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 재산을 불린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SK그룹은 이 같은 악재들과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청산하기 위해 지난해 중순부터 양사 합병을 본격 검토했다.

이번 합병으로 SK그룹은 ‘최 회장→SK C&C→SK㈜→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최 회장→합병회사→계열사’의 단순 형태로 바뀐다. 최 회장이 합병회사를 통해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 주력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SK 관계자는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의 지배구조가 탄탄하다”며 “무엇보다 진정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해 시장의 불안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SK 수뇌부에 따르면 최 회장이 대주주인 SK C&C 주가가 많이 올라야 합병법인의 최 회장 지분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가 추이를 면밀히 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이후 최 회장 지분은 23.4%, 최 이사장 지분은 7.5%로 줄어 들지만 합칠 경우 오너 일가 지분이 30.9%에 이른다. 합병 이전에 SK C&C 지분 43.4%를 보유했을 때보다는 적지만 합병 법인의 경영권 행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SK측의 설명이다.

이번 합병은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SK는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해 돌파구가 필요했다. 대내외 경영환경도 불안정한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이 그룹 내부에서 제기됐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자회사의 사업성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합병 지주회사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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