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바닥 쳤다" 전망에다
비과세 등 세제 혜택도 매력
KRX 금시장에 뭉칫돈 몰려
개장 1년 만에 월 거래량 10배로
사업가 A씨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거래소(KRX)금시장에서 한달 넘게 금을 꾸준히 사들였다. 매입 규모만 100억원 대로 무게는 200㎏이 훌쩍 넘는다. 큰 손의 등장으로 지난해 12월 KRX금시장의 누적 거래량은 1,000㎏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관련 사업을 하면서 금값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KRX금시장에선 목포 광주 대구 등 지방 지점을 통한 금 구매가 확연히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번에 5,000만원씩, 심지어 금을 하루에 5㎏씩 사들이는 고객도 있다”면서 “매도 움직임이 없거나 추가로 더 구입하는 걸 감안하면 금 사업자가 아닌 지방 부자들이 금을 사재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 증권사는 2, 3월 각 10억원에 머물던 금 거래금액이 4월 13억원대로 30%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 관계자는 “부자들이 서서히 금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 개장한 KRX금시장에 최근 부자들의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4㎏ 안팎이던 일일 거래량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하는가 하면, 개인 투자자 비중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개인들은 매도보다 매수 비율이 확연히 높아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 저금리, 금값 바닥, 절세 등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귀 밝은 부자들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30일 거래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금 거래량은 214㎏에 달했다. 개장 초기 월 거래량이 24㎏인 걸 감안하면 1년 새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일일 거래량은 10.05㎏으로 지난해 12월 기록(9.7㎏)을 뛰어넘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3분기(50.9%) 실물사업자를 역전한 데 이어, 지난해 4분기 56.7%, 올해 1분기 59.3%로 꾸준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금 투자는 국제 금 가격이 온스(31.1g)당 1,100~1,200달러 대에 머물던 지난해 10월 이후 살아나기 시작했다. 올 들어 금값이 반짝 오르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1,100~1,200달러 구간에 이르자 금값이 바닥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갈 곳 잃은 돈들이 금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다양한 금 투자 방법 중 KRX금시장이 최근 부자들로부터 각광받는 이유는 한가지 더 있다. 바로 탁월한 세제 혜택이다. 우선 관세(3%)가 면제돼 시중보다 쌀뿐 아니라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비과세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고소득자들도 부담 없이 거래할 수 있다. 부가가치세(10%)는 실물로 인출하지 않으면 부과되지 않는다. “호환마마보다 세금이 무섭다”는 부자들에게 이만한 혜택이 따로 없다.
반면 그간 금 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던 골드뱅킹과 금 상장지수펀드(ETF)는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되는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매매 수수료(계좌 거래 1%, 실물 거래 5%) 역시 KRX금시장(0.1~0.5%)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다. 금은방에서 사는 금은 세원이 덜 드러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KRX금시장 가격보다 약 4~5% 비싸고, 함량 속이기, 실물 보관 어려움 등 걸림돌이 적지 않다.
거래소 관계자는 “세금과 수수료, 매매가격 차이 등 거래 비용을 고려하면 KRX금시장에서 사는 게 가장 유리하다”라며 “특히 부자들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절세를 할 수 있어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g당 금 가격은 4월 기준 KRX금시장이 평균 4만2,341원으로 시중 도매가보다는 1,000원 가량, 홈쇼핑 인터넷 등보다는 1만원 가까이 싸다.
향후 금값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인상되거나 위험자산인 증시가 활황이면 금의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김문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바닥권에 진입해 추가 상승 여력은 있지만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거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당기면 다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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