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소송 제기한 적립금 문제
지난해 감사서 적발하고도
직원 6명 경고 등 솜방망이 조치
법원 등록금 반환 판결과 인식 판이
"교육부, 총장 고발 조치했어야"
등록금을 교육 환경 개선에 쓰는 대신 적립금으로 쌓아두는 등 부당한 회계 운용을 한 수원대에 대해 법원이 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도록 한 판결과 관련해 교육부는 이미 지난해 감사에서 같은 문제점을 적발했음에도 솜방망이 행정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학생들의 소송이 없었다면 해당 대학의 부당한 회계 운용이 별다른 제재 없이 묻혔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실시된 수원대 종합감사에서 예산 편성 및 집행 부적정,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법인관련 소송비용의 교비회계 부적정 집행 등 33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이 중 6건을 근거로 법원은 수원대 학생 50명이 수원대 학교법인 고운학원과 이인수 총장 등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청구 소송에서 학교측에게 “(학생 1명당) 30만~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2013년 수원대 학생들은 “전국 사립대 중 네 번째로 많은 적립금과 이월금을 두고 있으면서도 교육환경이 열악해 피해를 봤다”며 1명당 100만~400만원의 등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교육부는 수원대에 대한 감사 결과 “2010 회계연도부터 2012년도까지 당해 연도 착공이 불가능한 건물의 신축공사비를 3년 연속 예산 편성하는 등 세출예산을 과대 편성해 907억원의 이월금이 증가”했다며 잘못된 예산 편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분은 교직원 6명에 대한 경고와 향후 예산을 과대 편성하지 말라는 통보가 전부였다.
교육부는 또 “업무 추진비 중 300만원을 총장의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교직원 6명에게 경징계, 5명에게 경고 처분을 내리고 “법인회계에서 부담해야 할 소송비 3,942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했으므로 이를 다시 채워 넣으라”고 시정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담당자에게 파면ㆍ해임ㆍ정직 등의 중징계까지 내릴 수 있는 교육부의 감사 처리 기준 중 낮은 수준의 조치였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과도하게 적립금을 쌓는 행위를 위법하다고 본 법원의 판결에 비해 교육부의 조치가 너무 약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수원대는 이런 감사 처분조차 아직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원대는 지난해 내려진 33개 처분을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인 신분상 경고 조치나 회수조치처럼 빨리 이뤄지는 처분도 있는 반면 토지매각, 규정 개정 등은 1~2년 정도 걸리는 사안”이라며 “불이행이 계속된다면 대학 정원 감축, 재정 지원 제한 등으로 책임을 묻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소송을 도왔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영기 변호사는 “교육부의 감사결과 위법 사실이 밝혀졌으면 총장을 고발 조치했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문제제기 하기 전에 지도관리 책임이 있는 교육부에서 마무리했어야 할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 관계자는 “배임이나 횡령처럼 경영자 개인이 등록금을 편취했을 경우 고발을 할 수 있지만 학교의 적립금 자체에 관해선 정황상 문제가 있더라도 고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감사처분을 하긴 하지만 적립금 문제는 경영자ㆍ임원을 중징계 할만큼의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수원대처럼 과도한 적립금을 쌓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목적을 정한 적립금만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2013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으로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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