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미래와 해외 언론사들의 변화
“언론사들의 도전과 실험은 위험하다. 하지만 도전과 실험 없는 언론사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호주의 미래학자 로스 도슨이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미국 뉴욕 타임스센터에서 열린 ‘2015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2015) 세계 총회’에서 한 말이다. 도슨은 지난 2010년 종이신문의 소멸 시기를 추정, 발표해 세계 미디어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장본인이다. 미국은 2017년, 한국은 2026년, 중국은 2031년이 되면 종이 신문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 하지만 그는 올해 우울한 전망을 조금 수정했다.
그는 이번 총회에서 “종이 신문은 예상대로 사라지겠지만 뉴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미디어 산업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뉴스는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하고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5년간 3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새롭게 스마트폰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경쟁력 있는 미디어 기업은 국경을 넘어 전세계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세계 45개국 500여명의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인 이 자리에서 사례 발표에 나선 언론사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뉴스 소비는 오히려 늘어났고, 기존 언론사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언론사가 신문, 라디오, TV 등 기존의 플랫폼에 갇혀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인터넷과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에 맞게 변화를 추구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독자 분석을 통한 콘텐츠 제공이 1순위
뉴욕타임스는 올해 들어 모바일 이용이 36%나 증가했다고 밝히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 와치’(Apple Watch)로도 뉴욕타임스의 뉴스를 볼 수 있도록 한 줄 뉴스를 개발하고 속보도 적극적으로 띄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인 엔터테인먼트ㆍ라이프 스타일 기사도 다수 생산한다. 뉴욕타임스의 알렉스 하디먼은 “이미 2012년 이후부터 모바일 광고 수입이 데스크톱 PC의 광고 수입을 넘어섰다”며 “독자의 만족을 위해 모바일 기기 맞춤형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기사를 링크로 제공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직접 게재하는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도 시작했다.
미국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뉴스 사이트인 ‘리파이너리29’(Refinery29)는 작은 언론사임에도 불구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독자를 분석하고,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적절하게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토요일에는 패션과 뷰티 관련 기사 소비가 높고, 일요일에는 뉴스 콘텐츠의 소비가 높다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주말용 기사와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하는 식이다. 또한 이들은 회원들에게 이메일 뉴스레터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분석을 통해 알아내고 정성스럽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The Daily Telegraph)는 증강현실 서비스를 신문에 도입해 독자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 회사는 종이 신문 전면 광고에 핑크 박스를 추가해 독자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스캔하면 증강현실로 추가 정보나 영상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증강현실은 경품 이벤트에도 활용돼 이 언론사는 높은 수익까지 거둘 수 있었다.
편집국 내부 조직을 바꿔야
콘텐츠를 다르게 만드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언론사들은 변화의 쓰나미에 적응하기 위해 편집국 내부 시스템까지 바꾸며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조직 개편을 실시하고 기자 이외에 IT기술자, 영상 제작자, 소셜미디어 전문가 등 새로운 인력을 영입해 변화를 꾀했다. 온라인에서는 실시간으로 기사를 전하고 동영상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타임의 온라인 사이트 방문자 수는 1년 만에 월간 5,000만명으로 늘었고, 동영상 시청은 10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방문자의 42%가 흔히 ‘밀레니얼’이라고 불리는 20~30대 젊은층이어서 이 회사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독일 언론사 디벨트(Die Welt)는 벌써 10여년 전에 편집국을 완전히 뜯어 고쳤다. 2002년 두 개의 신문과 하나의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이 회사는 디지털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하고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했다. 이들은 편집국을 디지털 뉴스룸으로 개조하고 종이 신문은 소수의 에디터들이 온라인에 공개된 기사 중 뷔페 음식을 고르듯 선별해 편집했다. 신문에서 3위에 머물던 이 신문사는 온라인에서 1위에 올랐고, 현재는 디지털, 종이신문, 텔레비전 방송, 매거진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 기업이 됐다.
브랜디드 콘텐츠로 수익성 강화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론사들은 수익에 대해 고민 중이다. 종이 신문의 수입이 여전히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디지털 수입은 증가 폭이 더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를 제시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란 신뢰도를 바탕으로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간접적으로 브랜드를 연관시키는 콘텐츠를 말한다. 한국에선 ‘네이티브 광고’로도 불리며, 브랜드를 소개하거나 상품을 드러내놓고 광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스폰서 콘텐츠’나 ‘정보성 광고’(advertorial)와는 구분된다.
예를 들면 최근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가 여성 수감자들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블랙(Orange is the Black)’과 관련해서 실제 여성 수감자들의 실상을 자세하게 취재한 심층 기획 기사를 내놔 호평을 받았다. 기사를 본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노출됐지만 심층 취재 기사를 볼 수 있어서 만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닐 주커만(Neal Zuckerman) 보스턴 컨설팅 그룹 상무는 “2019년에는 미국에서만 약 2조 5,000억원의 브랜디드 콘텐츠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수용자들은 브랜디드 콘텐츠가 유익하면 긍정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반감도 적은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말했다.
뉴욕=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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