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편집 강렬함 떨어져
연금개혁 기획 시리즈 유익
성완종 사태 본질 다뤄야
법조기사 정밀하게 써야
한국일보 보도의 독자 권익 침해 등을 지적하고 편집에서 개선할 점 등을 조언하는 독자권익위원회 5월 회의가 20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달 위촉된 독자권익위원들은 이날 두 번째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성완종 사태와 공무원연금개혁 관련 보도에 문제는 없었는지 주로 논의했다. 회의에는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인 권광중 위원장을 비롯해 최창렬(용인대) 채영길(한국외국어대) 교수, 지평님 황소자리출판사 대표, 김남두 스타마크에이전시 사업부장, 주부 정희수씨, 학생 윤여진(경희대) 변은샘(가톨릭대)씨 등 독자권익위원과 한국일보 이계성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이날 논의한 내용을 요약했다.
최창렬=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사퇴와 관련해 동아일보의 경우 5면에 ‘與 “정무수석이 왜?”…연금협상안 불만 朴心 실렸나 촉각’이라는 제목을 썼다. 제목만 봐도 조윤선 사퇴가 공무원 연금개혁과 관련 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일보는 ‘소득대체 50% 대신 기초연금 강화 쪽으로…출구 찾는 여야’라는 기사가 나와 야당이 반발하는데 안 맞는 느낌이 들었다. 디테일에서 약하다는 느낌도 받는다. 기사를 쓸 때 사진을 조금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 편집으로 잘 포장하면 가독성이 올라갈 텐데 활자크기나 굵기, 선명도 등이 떨어진다.
지평님=사진이 들어가도 작고 항상 스테레오타입이다. 그래서 컬러를 봐도 흑백을 보는 느낌이 든다. 똑같은 사진을 봐도 타사와 비교해 사진의 강렬함이 떨어진다.
변은샘=한국일보는 1면에서 사진과 내용이 연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꽤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제목과 연관 없이 1면에 사진을 크게 싣기도 하는데 1면 톱 제목이 박 대통령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일 경우 그날 중요한 이슈가 뭔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 좋았던 사례는 4월 21자 ‘돌아온 김기춘’제목과 함께 큰 사진을 넣은 경우다. 제목과 사진이 통일성이 있어서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느껴졌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 독자들이 친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도표를 사용하거나 용어로 설명해주면 좋겠다. 해당 분야 지식이 많지 않으면 따로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데 타지 중에는 용어설명을 기사 옆에 넣어 처음 접하는 독자도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기사를 좀 더 친절하게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정희수=사진에 대해 말하면 구도가 우스꽝스러울 때가 있고 비슷비슷한 사진 중에서도 사진 선택이 타사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다. ‘장애인의 날’ 1면에 해외 사례와 비교해 놓은 사진과 기사가 좋았다. 그래서 당연히 뒤에서 장애인의 날에 관해 다루지 않았을까 했는데 거의 없더라.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복싱기사를 며칠 전부터 여러 차례 다루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이 경기가 계속 언급할 만큼 큰 기사인지도 의문이 남았고 거듭 언급돼 불쾌감이 들기도 했다.
지평님=한국일보 기사는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연금개혁 내용이 좋았다. 몇 차례 걸친 기획기사가 자세해서 공들여 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사설이나 외부기고에서도 어떻게든 연금개혁의 첫발을 내딛는 게 중요하고 절실하다는 논지를 꾸준히 강조해 신뢰가 가고 좋았다. 그런데 왠지 밋밋한 느낌이다. 한달 치를 쌓아놓고 봤더니 제목이 20자가 거의 넘더라. 25자 이상으로 늘어지는 것도 많았다. 제목이 너무 길다. 다른 신문의 경우 제목에서 자사의 정치적 성향을 너무 노출하거나 낚시성 제목을 많이 써서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데 한국일보는 반대로 제목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밋밋하게 요약만 해놔 안타깝다.
성완종 사태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문제점도 특징도 없어 보였다. 이런 유형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신문들이 취하는 가장 관성적인 보도 방식을 따라간다는 인상이 들었다. 사람들이 정말 알고 싶어하는 것, 예를 들면 성 회장은 왜 죽었나, 자원외교 수사는 어떻게 되나, 죽음과 맞바꿔가면서 성 회장이 지키거나 감추려고 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층 취재가 보이지 않았다.
김남두=성완종 얘기가 나오면서 이명박정부의 실수들이 물타기처럼 넘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부분을 한국일보에서 더 다뤄줬으면 한다. 온라인상에서 국민연금기사를 읽을 때 관련 내용이 묶여 있으면 한국일보의 생각이 좀 더 명확하지 않을까. 한국일보 기사 내용은 좋은데 그런 것을 체계화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기획기사 가운데 기업 관계자를 인터뷰해서 한 페이지 내보내는 것이 있는데 객관적이지 않고 홍보성이라는 느낌이 든다. 충실한 기획은 한국일보의 방향이나 성격을 알 수 있게 하고 색깔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윤여진=성완종 사태에 대한 한국일보의 보도 경향은 ‘사실 확인 후 명확한 비판과 방향성 제시’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관계 확인 후 의제를 설정하는 방식에서 한국일보의 중도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을 구속수사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홍 지사측의 회유를 증거인멸로 해석해 구속수사가 가능하다는 해석이었다. 오보까지는 아니지만 섣부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채영길=성완종 보도에서는 홍준표 대 검찰, 이완구 대 검찰의 대결 구도가 주였다. 선거 때도 ‘호스레이싱식 보도’가 문제가 되는데 이 때문에 본질적인 부분, 대선자금 문제와 자원외교에 관한 이야기가 묻혔다. 한국일보가 큰 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되지 않을까. 홍준표 불구속이냐 기소냐, 이완구 사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각론이다. 우리가 놓치는 본질적인 부분들, 묻혀지는 부분들을 어떻게 끄집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중도가 관전하는 태도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기사에 취재원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나 취재원이 검찰에 거의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다. 관전하는 보도를 지양하고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다른 부분을 건드리면 취재원이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연금 관련해서는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리즈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최근 며칠동안 북한 관련뉴스가 나왔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숙청문제 등의 경우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공포를 느끼게 한다. 남북관계의 경우 대안 제시가 언론의 역할이라고 보는데 대결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국민들이 대결구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헤드라인을 뽑았던 것 같다.
권광중=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일본여행을 다룬 4월 20일자 기사에 ‘“도피성 아니냐” 논란’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아직 입건도 안됐고 수사도 안 된 사람인데 성완종 메모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에 갔다고 도피성이 있다고 의심을 자아내도록 하는 건 부적절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인권침해 여지가 충분하다.
4월 23일자 세월호 집회 ‘경찰 차벽’ 헌법소원 제기 기사에서 ‘헌재는 ‘불법 폭력집회나 시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부분이 나온다. 헌재의 결정은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 이 결정은 집회나 시위를 주최하거나 참가하는 측이 아니라 일반시민이 청구함으로써 경찰청장을 상대로 2009년 6월 3일 경찰버스들로 서울광장을 둘러싸 통행을 제지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 관한 것이다. 시위를 주도하거나 참여하는 세월호 유가족측이나 시민단체 등이 경찰의 차벽 설치가 집회ㆍ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된 것처럼 이 헌재의 결정을 내세워 위헌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그 결정을 왜곡하는 것이다.
강기훈 유서대필 무죄와 관련해 5월 14일자 사설 제목이 ‘유서대필 24년만에 무죄, 검찰 사법부 사과해야’다. 검찰은 일개검사가 수사 잘못하면 검찰총장까지 법률적 책임을 물 수 있는데 사법부는 그렇지 않다. 대법원장이 (특정 판결을)잘했다 해도, 잘못했다 해도 헌법 위반이다. 사법부가 사과하라는 건 사법제도에 대한 시스템을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이계성=성완종 사건이나 연금문제에서 언론사의 성향이 드러난다. 한국일보는 중도언론으로서 보수 진보 양측의 관점을 다 보고 말하고자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균형 있게 보도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떤 부분이 견강부회였는지, 어떤 주장을 했는데 근거가 불충분했는지 등 앞으로도 감시하는 역할을 해달라.
정리=김범수기자 bskim@hk.co.kr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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