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환자 진료 때 마스크 사용 안해
국내 감염자 5명으로… 불안 확산
다른 나라에 비해 확산 속도 빨라
중동 경유해 귀국한 정읍 20대女
기침 증상 발생해 격리병상 이송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감염자를 진료했던 의사 1명이 추가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내 감염자는 5명으로 늘었다. 전북 정읍에선 4개월간 북아프리카에 체류하다 중동지역을 경유해 입국한 25세 여성이 가벼운 감기 증상이 있다고 신고해 보건당국이 메르스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 등에서 머물다 귀국한 첫 메르스 환자 A(68)씨를 진료한 의사(50ㆍ남)가 유전자 검사 결과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이 의사는 17일 A씨가 방문한 세번째 병원에서 근무했으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A씨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발병한 메르스 환자 중 의료진은 처음이다. 이 의사는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틀 뒤인 22일부터 집에서 격리됐고, 25일부터 발열과 설사 증상을 보여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메르스는 직접 접촉이나 기침ㆍ재채기를 할 때 튀는 침 입자를 통한 비말을 통해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의사와 함께 감염 의심환자로 분류된 간호사(46ㆍ여)는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첫 메르스 감염자 A씨를 진료했던 또 다른 30대 여성 의사와 세번째 메르스 환자와 같은 병실을 썼던 30대 남성도 발열 등 감염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 모두가 A씨로부터 전파된 ‘2차 감염자’이며, 아직 2차 감염자에게서 옮은 ‘3차 감염’ 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3차 감염이 나타날 경우 격리중인 감염 의심자가 집에 함께 머무는 가족 등 지역사회로 전염시킬 수 있어 보건당국은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차 감염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첫 환자 발생 이후 6일만에 환자가 5명으로 늘어난 만큼 불안감은 큰 상태다. 유럽질병통제센터 집계에 따르면 메르스 발원지인 중동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환자수가 5명으로 가장 많다. 영국(환자 4명 중 3명 사망), 독일(3명 중 1명 사망), 프랑스(2명 중 1명 사망) 등 유럽에서도 환자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처럼 급속하게 감염자가 늘어나진 않았었다. 아시아에선 말레이시아(1명 사망), 필리핀(환자 2명) 등 3명의 환자만 발생했을 뿐이다.
질본은 이에 대해 국내 첫 환자 A씨가 고열 등 증상이 나타나 전염력이 있는 상황에서 메르스 발병을 인지하지 못해 감염을 확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중동 여행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병원 네 곳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전염력이 생긴 11일 이후부터 확진 판정을 받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격리되기 까지 9일 동안 부인, 같은 병실 입원 환자, 그 환자의 딸, 의사 등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한편 메르스 의심증상을 신고한 정읍 거주 여성은 중동 지역을 경유해 23일 귀국한 이후 경미한 기침 증상이 발생하자 보건소에 직접 신고하고 27일 인근 종합병원 격리병상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직장 업무 관계로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4개월 가량 머물다 카타르를 거쳐 귀국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알제리의 마지막 메르스 환자 발생은 지난해 6월이며 이 여성이 메르스 감염 경로로 알려진 낙타 등을 접촉한 일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질본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경유만 했고 고열 등 증상은 없으나, 본인이 유전자 검사를 받기를 원해 일단 격리병상에 머물도록 조치한 후 역학조사와 감염여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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