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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출장 남성 접촉자 셀 수 없어… "동북아로 퍼지나"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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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출장 남성 접촉자 셀 수 없어… "동북아로 퍼지나" 긴장 고조

입력
2015.05.2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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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밀접 접촉 42명 격리 관찰중

부인ㆍ의료진 등 38명도 격리 조치

"원점에서 역학조사 제대로 실시"

복지부 뒷북 대응에 거센 비난

문형표(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차려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문형표(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 차려진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일일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증상에도 불구하고 중국 출장을 강행한 남성(44)이 29일 10번째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중동 지역에서 유행했던 메르스 감염이 동북아시아로 퍼져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 남성은 국내 세번째 환자의 아들이자 네번째 환자의 동생으로 격리 대상이었지만 26일 항공편을 통해 중국으로 건너갔고, 보건 당국은 다음날에야 이 사실을 파악해 중국에 알리는 등 국내 방역 체계의 총체적인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방문했던 의원급 병원의 간호사, 두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같은 병동이지만 다른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 3명이 추가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환자 수는 12명으로 늘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가파른 확산세와 구멍난 방역 시스템에 당황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원점에서 역학조사를 제대로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만 거세지고 있다.

●중국행 환자와 동승한 비행기 탑승자는 163명

중국 보건당국은 이날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시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인 남성 J(44)씨에 대한 검사 결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J씨는 16일 국내 첫 감염자인 A씨와 2인실을 쓴 아버지 문병을 가서 4시간 정도 머물렀다. 메르스 밀접 접촉자로 자택 격리 대상이었으나 보건당국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인물로, 통제 없이 국내에서 직장에 다니며 일상생활을 했다. 발열 등 증세가 나타난 19일부터 8일간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채로 사람들과 접촉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J씨의 그간 행적과 접촉자, 이동 장소 등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항공기를 타고 홍콩으로 건너가기까지의 접촉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J씨는 중국 본토까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은 J씨와 항공기내에서 밀접 접촉한 이들을 격리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기에는 기장 부기장을 제외하고 모두 163명(내국인 85명, 외국인 78명)이 타고 있었으며, 우리 정부는 국제보건규칙에 따라 관련 사실을 세계보건기구 및 중국, 홍콩, 대만, 미국 등 탑승자 국가에 통보했다.

특히 앞뒤ㆍ좌우 좌석 등 밀접 접촉자는 내국인 11명, 외국인 15명 등 총 26명으로 이중 승무원 6명은 격리 관찰대상이 됐다. 28일 귀국한 승객 1명은 현재 인천공항검역소 내에서 격리 관찰 중이다. 나머지 동승 탑승객들은 메르스 관련 정보, 증상이 나타날 경우 행동 요령과 연락처 등을 안내한 후 귀가 조치했고, 향후 관할 보건소에 명단을 통보해 증상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J씨의 부인과 의료진 10명, 직장동료 25명, 공항직원 2명도 밀접 접촉자로 격리 조치됐다. 귀국하지 않은 동승탑승객에게는 상황을 안내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조기 귀국을 독려하기로 했다.

●격리대상 외 추가환자 네명째

새로 감염이 확인된 간호사 H(46ㆍ여)씨는 첫 메르스 환자 A씨가 처음 방문한 의원급 병원에서 A씨의 진료를 도운 의료진이다. H씨는 지난 26일 검사 때는 음성이었으나 28일 다시 검사를 받아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가 두번째로 방문한 B병원의 같은 병동에 입원했던 환자 3명도 이날 잇따라 감염이 확인됐다. 이들은 56세 남성, 79세 여성, 49세 여성으로 A씨와 병실이 달라 접촉 기회가 적었음에도 감염됐다. 이로써 격리대상이 아닌 양성 환자가 벌써 4명이 됐다. 때문에 앞으로 추가 감염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A씨는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지기 전 총 4군데 병원을 전전했는데 특히 두번째인 B병원에서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기획 단장은 “현재 발생환자 모두 A씨로부터 직접 감염된 2차 감염 환자로, 아직까지 3차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편 메르스 환자 중 2명은 기관 삽관을 통해 기계 호흡 치료를 받는 등 불안정한 상태이며, 나머지 환자들은 큰 무리없이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 ‘원점서 재조사’… 사후약방문 비판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질병관리본부장이 주재하던 메르스 방역대책본부를 복지부 차관에게 맡기는 등 모든 자원을 동원해 방역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기본적인 격리 조치 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도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심환자가 국외로 출국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은 정부 신종 감염병 관리체계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3차 감염자 발생이나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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