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을 진료한 뒤 메르스에 감염돼 ‘5번 환자’로 격리치료를 받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 365열린의원 A(50)원장이 완치 판정을 받고 8일 퇴원했다. 퇴원 직후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만난 이 원장은 “메르스를 앓는 동안 근육통과 발열, 설사를 겪었지만, 독감 증상보다 심하지 않았다”며 “건강한 사람은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고 공포에 떨지 말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원장과의 일문일답.
-처음 느낀 증상은 어땠나.
“17일 최초 감염자 진료 후 25일 저녁부터 근육통과 함께 열이 났다. 해열제를 먹지 않아도 될 정도의 미열이었다. 최초 감염자가 메르스로 확진 됐다는 연락을 20일 받은 터라 메르스 증상을 의심했다.”
-26일 확진 후 제일 힘들었던 증상은.
“무릎이나 허벅지에 근육통이 집중됐는데, 통증지수(최대 7)가 3,4 정도여서 그리 심하진 않았다. 호흡 곤란도 없었다. 열이 심할 땐 40도 가까이 올랐지만, 약을 먹으면 떨어졌다. 목이 아프고 소화불량 증상이 있어 식사를 잘 못했던 게 가장 불편했다. 초기엔 죽을 먹고 수액을 맞다 3,4일째부터 나아져 밥을 먹었다. 퇴원 전 약 1주일 동안은 사실상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많은 사람이 신종플루 때와 비교하는데.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는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에도 조기 진단하고 48시간 안에 치료하면 큰 어려움 없이 극복됐다. 원래 만성질환을 갖고 있지 않다면 국내 의료 수준에선 치료될 수 있다고 본다.”
-최초 감염자 진료했을 때 어땠나.
“X선 촬영하고 50㎝도 안 되는 거리에서 10분 이상 상담했다. 호흡곤란과 고열에 폐렴이 너무 심해 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보냈다. 환자가 바레인에 다녀온 건 알고 있었지만, 메르스라는 병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의료인으로서 이번 사태로 느낀 점은.
“메르스 정보가 부족했던 점이 문제였다. 의료계에선 마스크 쓰고 진료하는 걸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환자도 기침이나 발열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쓰고 병원 오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병원 이름이 공개됐는데.
“병원 입장에선 안 좋은 면이 많지만,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우리 병원은 건물 전체를 소독했다. 다음주쯤 다시 문을 열 계획인데, 환자가 올지 모르겠다. 당장은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메르스가 전체적으로 진정된다면 다시 회복될 거라고 생각한다.”
-경험자로서 조언을 한다면.
“평소 건강을 유지하고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공개된 메르스 발병 병원과 관련이 있거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되도록 빨리 보건당국에 연락해 검사를 받고, 이후엔 의료진에 맡겨야 한다.”
공동취재단ㆍ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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