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인원 2명만 현장 투입에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후
첫 개인보호장비 지급했지만
최일선 구급대원들 불안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늘면서 소방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119 구급대원들이 최일선에서 메르스 환자들과 접촉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맡은 까닭이다. 이미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인 구급대원이 9명에 달해 소방서들은 예방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광진소방서에서 만난 구급대원 강모(29)씨는 막 메르스 거점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일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오는 길이었다. 중앙의료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가 “메르스 환자들이 득실대는 곳에 있는 것이 찜찜하다”며 이송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전염병 창궐지역에서나 볼 법한 흰색 보호복으로 중무장한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 소방서로 돌아온 직후에는 차량 내부와 들것을 소독하고, 1회용 보호장구들도 모두 폐기했다. 그러고 나서도 소방서 내 감염관리실에서 몸을 소독한 뒤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강씨는 “번거로워도 감염되지 않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현재 서울 시내 각 소방서는 메르스 의심 환자용 구급차를 한 대씩 운용하고 있다. 고열 환자를 아예 전담 구급차에 맡겨 혹시 모를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다. 출동 방식도 바뀌었다. 구급대원은 3명이 한 조를 이뤄 출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고열 환자 신고에는 최소 인원인 2명만 현장에 나간다. 안복수 광진소방서 구급팀장은 “구급차는 병원간 이송을 금지하고 있으나 준 전시상황에 가까운 만큼 메르스 감염자가 거쳐간 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는 허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달라진 건 이송원칙만이 아니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직접 마주하는 구급대원들을 위해 국민안전처는 1일 전국 소방서에 개인보호장비 2만8,000세트와 마스크 3만개를 배포했다. 안전처 관계자는 “개인보호장비를 지급한 것은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호복, 덧신, 고글 등으로 구성된 보호장비세트는 병원에서 감염 방지 목적으로 사용되는 레벨D 수준에 준한다. 개인위생 수칙도 한층 강화돼 살균 소독기 ‘플루건’을 전용 구급차에 비치해 수시로 소독을 한다.
이처럼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메르스와의 전쟁에 나서도 대원들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토로한다. 메르스 전용 구급차를 담당하는 소방관 이모(32)씨는 “내가 감염되는 것보다 구급차로 인해 다른 환자들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까 봐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에도 감염 예방에 힘썼지만 결국 병가를 낸 대원들이 속출했다”며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위험을 안고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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