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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린 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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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린 새누리

입력
2015.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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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하자 당 안팎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여야가 함께 압도적 찬성으로 본회의에서 국회법을 통과시켜 놓고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바로 꼬리를 내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 파동과 관련 높은 수준의 사과를 했다.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유 원내대표는“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또 “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고까지 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반성문을 썼다고 해도 손색 없을 정도다. 이에 앞서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자 “대통령 뜻을 존중한다”며 꼬리를 바짝 내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김 대표의 경우 처음부터 청와대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말 압도적 표결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박 대통령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을 때도 청와대 눈치를 살폈다. 급기야 국회의장이 나서 논란이 된 강제성을 희석시킨 중재안을 여야 합의로 정부에 넘긴 뒤에도 김 대표는 “다수 헌법학자들이 위헌성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며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당청화합을 이유로 국회법 폐기로 당론을 정한 것을 두고는 당내에서도 ‘의회 민주주의를 포기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권의 한 의원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여야 협상과정에서 국회법 개정안과 공무원 연금법을 압도적인 비율로 패키지 처리해놓고 대통령이 거부하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만 있는다는 것은 국회가 통째로 욕을 먹어도 싼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문제의 발단이 국회에서 만든 법(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 시키는 시행령을 청와대가 만든 데 있지 않느냐”며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야당이 내놓은 게 국회법 개정안임을 감안하면 더욱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새누리당이 다시 ‘청와대 2중대’로 전락했다는 자탄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 없이 내년 총선 치를 수 있는지 어디 보자’는 식으로 탈당 배수진을 치고 엄포를 놓고 있는 만큼 집권여당 수뇌부는 물론 그 어느 누구도 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는 내년 총선까지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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