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비 상한 낮추고 대상 줄여… 일반병실 비중 높여 상급병실료↓
간호 전담 서비스 확대 간병비 잡아 병원들 비급여 늘리기 못막아 한계
지난해 6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A(57)씨는 7월부터 두 달간 집과 병원을 오가며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방사선종양학과 의료진 가운데 경험이 많은 의사를 선택해 치료를 받았던 A씨는 첫 달에는 한 번 진료를 받을 때마다 6만6,000원의 선택진료비를 추가비용으로 지불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8월부 선택진료비를 낮추기로 하면서 부담이 줄었다. A씨는 8월 이후에는 같은 의사에게서 같은 진료를 받았지만 4만원만 선택진료비로 냈다. 병원이 진료비의 50%까지 부과할 수 있었던 선택진료비 상한선이 30%로 낮아지면서, 한번 찾을 때마다 2만6,000원의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한 달에 11번 치료를 받아야 했던 A씨는 약 30만원을 아꼈다.
선택진료비란 전문의중 10년 이상의 임상경험이 있는 의사(선택진료의사)를 선택해 치료를 받을 때 추가로 내는 진료비용. 환자들에게는 의사의 선택권을, 경험 많은 의사에게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선택진료비의 도입취지였지만 실상 선택진료비는 의사 선택권이 없는 환자들에게 반 강제로 거둬들인 병원의 수입원이 됐다. 병원별로 총 80%의 의사를 선택진료의사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건강보험공단의‘상급병실료ㆍ선택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병실료가 비급여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4%, 선택진료비는 23.3%로, 합계 40% 에 이르렀다. 상급종합병원중 상위 5개 병원인‘빅5’(삼성서울ㆍ서울대ㆍ서울성모ㆍ서울아산ㆍ세브란스)병원의 경우 45%에 육박했다.
진료비용의 큰 비중을 차지,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됐던 건강보험 3대 비급여 항목(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의 비용절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선택진료비의 경우 진료항목별로 진료비의 20~100% 이내로 받을 수 있었으나 지난해 8월부터 이를 15~60%로 제한하면서 A씨와 같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9월부터는 선택진료의사의 숫자도 줄어든다. 현재는 병원별로 전체의사의 80%까지 선택진료의사로 둘 수 있는데 올해 이 비율을 67%로 낮추고 2016년에는 33%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선택진료비의 완전폐지를 주장한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지는 못했지만, 환자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줬다는 것이 환자들의 평가다. 복지부는 환자들의 선택진료비 부담이 2012년에 비해 35%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실(일반병실) 비중도 확대됐다. 6인실이었던 일반병실의 기준은 지난해 9월부터 4인실(일부 5인실)로 바뀌었다. 다음달부터는 전체병실의 50%까지만 확보해도 됐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일반병실 확보비율이 70%로 확대된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비싼 병실료를 내고 1,2인실에 입원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환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빅5’병원의 일반병실 비율은 현재 62.3%인데 이 비율을 높이면. 현재 하루 10만원이 넘는 ‘빅5’병원은 4인실의 경우 2만4,000원(자기부담금)만 내면 입원할 수 있다.‘빅5’병원이 일반병실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일부 2인실도 일반병실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17만원이 넘는 2인실 비용이 4만8,000원으로 낮아진다.
가족이나 간병인 대신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입원환자를 간호하는 포괄간호서비스도 확대될 예정이다. 포괄간호서비스제도를 시행하는 병원은 지난해 28곳에서 인하대병원, 삼육서울병원 등 올해 8월 현재 54개로 늘었다. 올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는 하루 1만700원(종합병원 6인실 기준)만 더 내면 포괄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루 8만원을 내고 간병인을 써야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체의료비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을 뜻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3년 62.0%로, 4년째 후퇴하는 등 좀처럼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3대 비급여 항목에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환자 부담을 경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을 확대하는 추세가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추세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새로운 기술과 의약품이 나올 때마다 병원들이 비급여 의료 영역 넓혀‘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며“비급여 의료서비스의 가격을 정부에서 결정하고 관리하는 호주의 사례처럼 정부의 적절한 의료비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환자가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 받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의료 행위 가운데 아직까지 비급여인 항목들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긴요하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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