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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부흥·권력장악 대내외 선언 위해… 10년 주기 열병식 4년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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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부흥·권력장악 대내외 선언 위해… 10년 주기 열병식 4년 앞당겨

입력
2015.08.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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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 투쟁·군부 개혁의 결정판

지난달 중앙군사위 부주석 축출… 시진핑에 반기 든 세력 처치 마무리

신무기 대거 공개 군사력 과시… 열병 통제도 자체 개발 GPS로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육해공군 병사들이 2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첫 리허설에 참가해 행진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육해공군 병사들이 2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첫 리허설에 참가해 행진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北京)시 톈안먼(天安門)에서 북서쪽으로 50㎞ 떨어진 창핑(昌平)구 난커우(南口)진은 ‘열병촌’(閱兵村)으로 불린다. 오는 9월3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릴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위한 훈련과 예행 연습 등이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근처에는 딩링(定陵)공항도 자리잡고 있다. 열병식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사열을 받게 될 인민해방군의 1만2,000여명 각 부대 장병들은 지난 3월부터 각지에서 훈련을 벌이다 6월부터 이곳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열병훈련기지 안엔 ‘당의 지휘를 받고 싸우면 이기는 우수한 인민군대를 건설하라’는 시 주석의 지시문과 대형 사진판이 서 있다. 그 앞으로 열병식이 펼쳐질 톈안먼 앞 창안제(長安街)의 아스팔트 도로가 재현돼 있다. 장병들은 그 동안 이 곳에서 사각형 대열을 한 채 40초 간 눈을 깜빡이지 않으면서 2시간 동안 서 있는 훈련부터 했다. 이후 까만 도로 위에 분필로 흰색 줄을 그어 놓고 줄에 맞춰 행진하는 연습을 벌였다. 이 때 각 장병의 머리, 손, 총, 다리, 가슴, 모자 등 모두 6개의 선은 마치 하나처럼(六線合一) 각이 서야 한다. 사다리에 올라 선 채 스피커를 든 교관들은 선을 삐쳐 나온 장병들을 연신 호명한다. 이를 위해 장병들이 쓴 모자엔 일련 번호가 붙여졌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에서 독자적인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인 베이더우(北斗)를 활용, 장비 부대의 진행 속도와 거리 오차가 각각 0.3초, 10㎝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창핑(昌平)구 난커우(南口)진의 열병 훈련 기지에서 21일 여군들이 열병식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망신문
중국 창핑(昌平)구 난커우(南口)진의 열병 훈련 기지에서 21일 여군들이 열병식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중국망신문

열병식의 꽃은 여성 의장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남녀 혼성 3군 의장대가 행진을 벌인다. 의장대 중 여병은 51명이지만 현재 이곳에선 예비 인원까지 모두 62명의 여병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청청(程誠) 3군 의장대 여병 중대장은 “처음에는 여병들이 남성 장병들에 비해 체력이 떨어져 똑같이 6.5㎏의 총을 들고 훈련을 받는 게 힘들었다”며 “그러나 그 동안의 훈련으로 이제 체력의 차이는 더 이상 문제가 안 된다”고 인민망에 밝혔다. 여름철 땡볕에 새까맣게 그을리지 않게 자외선 차단제 등 화장이 허용된 건 여병만의 특권이다. 이번 열병식엔 의장대를 비롯 11개 보병, 2개 항전노병, 27개 장비부대, 10개 공중 비행 편대 등 총 50개 부대가 사각형 종대로 열을 지어 시 주석의 사열대 앞을 지나가는 분열식을 벌인다.

21일 베이징의 최고 기온은 섭씨 34도까지 올라갔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어도 힘든 이 날씨에 장병들은 군복을 모두 차려 입은 채 장시간 엄격한 훈련을 해야 한다. 자연스레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훈련 후엔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1999년 신중국 성립(건국) 50주년 국경절 열병식 당시에는 대부분의 장병들이 천막에서 지내면서 훈련했다. 2009년 건국 60주년 열병식 땐 간이 판자 건물에서 묵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엔 기존 군 부대 건물 등을 개조, 열병훈련기지를 만든 덕에 훈련 여건이 대폭 향상됐다. 기지 안엔 관병들 숙소는 물론 은행, 매점, 우체국, 세탁소, 이발소, 구두 수선점도 있다. 또 병원에는 내과, 소아과, 치과, 안과, 심리상담과 등이 모두 갖춰져 있고, 장병들은 안마와 물리 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

외부엔 중화 부흥 내부엔 권력 장악 선언

중국이 열병식을 연 것은 지금까지 14번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은 49년10월1일 톈안먼 성루에 올라 신중국 성립을 선언하고 개국 열병식을 연 뒤 59년까지 모두 11차례나 국경절 열병식을 가졌다. 개국 열병식에 참여한 장병의 수는 1만6,400여명이었다. 중국공산당이 사실상 군대 조직이었고 당 지도자도 모두 군인이었다는 점에서 열병식은 중요한 국가 행사였다. 그러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의 광풍 속에 열병식은 중단됐다. 다시 열병식을 연 것은 건국 35주년이 되는 1984년 덩샤오핑(鄧小平)이었다. 이를 통해 마오쩌둥의 시대가 끝나고 덩샤오핑이 모든 권력을 잡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후 열병식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10년 주기로 열리게 된다. 건국 50주년이었던 1999년에는 당시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사열했다. 가장 최근에 열린 열병식은 2009년 건국 60주년 열병식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무개차(無蓋車)를 탔다. 따라서 다음 열병식은 2019년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을 이유로 올해 열병식을 연다. 취임 일성으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친 그는 2019년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사실 시 주석은 군인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주석은 1930년대 옌안(延安)을 중심으로 한 산간(陝甘ㆍ산시성과 간쑤성)변방소비에트정부에서 주석을 지냈던 공산당군이다. 대장정을 마친 마오쩌둥과 홍군이 옌안에서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도 산간변방소비에트가 그전부터 기반을 다져온 공이 컸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 주석에게 열병식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번 열병식은 그가 취임 이후 벌여온 반부패 투쟁과 군부 개혁의 결정판으로, 시 주석이 이제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 건군절(8월1일) 전날인 지난 7월31일 군부 내 실세인 궈보슝(郭伯雄) 전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당적을 전격 박탈한 뒤 그를 최고인민검찰원으로 이송했다. 시 주석은 이에 앞서 보시라이(博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등 시 주석에 반기를 든 이른바 신4인방에 대한 처리도 마무리지었다.

둥펑-41 훙-6K 젠-31 등 신무기 주목

중국 포병들이 23일 베이징 열병식 리허설 현장에서 축하 포를 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 포병들이 23일 베이징 열병식 리허설 현장에서 축하 포를 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9월3일 열병식은 오전10시 개회 선언, 70발의 예포 발사, 중국 국가 연주 등 순으로 진행된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역사를 가슴 속에 새기고 선열들을 기리면서 평화와 미래를 강조하는 연설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론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는 것을 선언하고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사실상 일본과 미국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무개차를 타고 장병들을 사열하는 열병식과 장병들이 검열대 앞을 지나가는 분열식은 70분간 이어진다. 2,400여명의 군악대와 합창단이 항일전쟁 당시 군가를 연주한다. 일본군과 싸웠던 팔로군, 신사군, 동북항일연군, 화남유격대 등 항일 부대들과 국공합작으로 싸운 국민당 노병도 참가한다. 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10여개국에서 파견한 군대와 대표단도 참여한다.

중국 전차부대가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 리허설에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 전차부대가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 리허설에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신무기들이다. 이번 열병식엔 전략 핵 미사일 부대가 역대 가장 많은 7종, 100기 이상의 미사일을 선보일 것이라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이들 미사일이 최첨단 과학 기술과 최강의 타격 능력을 반영, 사정거리와 정밀도, 기동 능력 등에서 모두 대약진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31B’와 ‘둥펑(東風)-41’과 같은 최신형 전략 핵 미사일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첫 시험발사에 성공한 둥펑-31B는 사거리 1만1,200㎞의 다탄두(MIRV) ICBM으로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다. 이동식 수직 발사대에서 발사돼 위성으로도 쉽게 탐지되지 않는다. 둥펑-41은 사거리가 1만4,000∼1만5,000㎞로, 목표물 명중 오차율이 120m 이하이고 핵 탄두를 10발까지 탑재할 수 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핵 미사일로 주목받고 있다. 최신형 전략폭격기 ‘훙(轟)-6’ 의 최신형 모델인 훙-6K는 마하 4의 속도로 최대 400㎞ 안의 적 해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잉지(鷹擊)-12’ 등 대함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판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과 ‘젠-31’, 함재기인 ‘젠-15’도 관심거리이다. 일부 중국 매체들은 젠-31이 최대 속도 마하 1.8, 이륙 중량 17.5톤, 작전 반경 2,000㎞(공중급유시)로 F-35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동안 열병훈련기지에서 연습했던 장병들은 22일과 23일 톈안먼 광장으로 이동, 열병식 예행 연습을 벌였다. 23일 이곳을 지나는 지하철 운행은 전면 중단됐다. 시내 곳곳의 검문 검색이 강화되고 주말에도 차량 홀짝 운행제가 강제 시행되며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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